수많은 나의 우상들이여, 안녕
나는 어릴 적부터 덕후였다.
누군가를 금세 좋아했다.
누군가의 장점이 너무 잘 보였고
그것이 친구건, 연예인이건, 가수건
금세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되면 이것저것 주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 하는 것은 다 대단해 보였다.
나는 이런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그러다 최근
나라는 인간이 애새끼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이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덕질하듯 좋아해 준 적이 없다.
나를 제대로 알려고 한 적도 없고
나라는 인간을 응원해 준 적이 없다.
내 장점은 하찮은 것이라 여겼고
내 단점은 거대한 것이라 여겼다.
나는 내 인생의 에너지를
누군가를 응원하는데 쓰고 있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껍데기만 남아
나 자신을 응원해 줄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호구가 주변에 없으면
내가 호구라더니
난 호구로 살면서
내가 호구인 줄도 몰랐다.
나는 이제 그만하련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짓을.
일단 나부터 응원해 주련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응원은 무슨.
힘내자, 애새끼야.
힘내자, 애송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