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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송이 Mar 17. 2024

이제 나는 탈덕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나의 우상들이여, 안녕

나는 어릴 적부터 덕후였다.

누군가를 금세 좋아했다.

누군가의 장점이 너무 잘 보였고

그것이 친구건, 연예인이건, 가수건

금세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되면 이것저것 주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 하는 것은 다 대단해 보였다.

나는 이런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그러다 최근

나라는 인간이 애새끼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이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덕질하듯 좋아해 준 적이 없다.

나를 제대로 알려고 한 적도 없고

나라는 인간을 응원해 준 적이 없다.


내 장점은 하찮은 것이라 여겼고

내 단점은 거대한 것이라 여겼다.


나는 내 인생의 에너지를

누군가를 응원하는데 쓰고 있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껍데기만 남아

나 자신을 응원해 줄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호구가 주변에 없으면

내가 호구라더니


난 호구로 살면서

내가 호구인 줄도 몰랐다.


나는 이제 그만하련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짓을.


일단 나부터 응원해 주련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응원은 무슨.


힘내자, 애새끼야.

힘내자, 애송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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