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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송이 Jan 21. 2024

과연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가

저도 부모입니다만

나는 팔이 잘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사고로 팔을 잃었다. 고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의 반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받아들인 방식이었다



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돈이 되지 않는다.'


'네가 용띠이기에 저주받은 띠라서

신이 싫어하는 재주를 타고났으므로

평생 그 재주를 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등등의 이유를 대며 내 꿈을 반대하셨지만

사실 나에게 이유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반대하니까.


자식을 낳아본 사람은 오히려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에게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우주이자 세상 그 자체이다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가 적대적이면

아이는 세상을 그렇게 보고


부모가 사랑을 준다면

아이는 세상이 자신에게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과연 엄마의 사랑만 위대한가


나에게도 아이가 있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의 크기가 클까

이 아이가 내게 줄 수 있는 상처의 크기가 클까


이 아이가 내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말이라면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었음 좋았을 텐데.' 이려나


물론 아프겠지

평생 떠오를 때마다 아프겠지


근데 이 말이 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줄까?

모든 인간관계에 떠오를 말일까?


만약 내가 아이에게

'네가 내 자식이 아니었음 좋았을 텐데.'라고 한다면?


엄마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이 말은 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모든 인간관계에 이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글쎄, 누가 더 상처 줄 수 있느냐로

사랑을 가늠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려나


아무튼

내게 부모는 그러했다

이들을 기쁘게 할 만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나만 없으면 이들이 행복할 텐데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14살 때부터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서른이 넘는 어느 날

밀어줄 돈이 없어 미술을 반대했다는 말이

내 입장에서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하아

그런 이유였음 차라리

그렇다고 해주지


내가 알바를 하든

장학금을 받든

해결할 수 있었잖아


사랑하는 엄마가 싫어한다는 것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단 말이야



과연 엄마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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