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어린이가 포함된 오체투지 순례 단

그들의 여정을 엿보니 눈물이 난다.

by 여여

"영혼의 순례길"이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소개되었으며 일반에게는 2018년 개봉되었으나 당시 상업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중국영화이다.

그러나 해외의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출연자들은 모두 같은 마을 주민들이다

티베트 자치구 "망캉주(Markam County)"라는 동네에 사는 마을 주민들 11명은 "니이마"를 순례단의 리더로 삼아, 라싸를 향해 2500Km에 달하는 오체투지 순례길에 나선다.


순례단에는 초등학생도 할아버지도... 임부도 있다.
어린이. 노약자. 임부 같은 이들은 순례여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트집잡지 않는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그 순례단의 일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아무리 느긋하게 생각해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들은 불편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어린이. 노약자. 임부들의 용기를 칭찬한다.


게다가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성지 "라싸"와 성산 "카일라스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이 평생의 꿈인 그들에게 순례단 지원 봉사를 하는 사람(이름 :저시)은 순례를 포기하고 순례자들이 자고 먹고 추위를 피할 무거운 온갖 장비들을 경운기에 싣고 뒤를 따른다. "저시"는 라싸에 가지만 오체투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저시"에게는 순례가 아니다. "저시"는 그렇게 2500Km 여정에 1년을 희생한다


어른은 9보, 어린이는 18 보마다 오체투지를 한다..
가다 날이 저물면 텐트를 치고 모여 식사를 하고, 겨울이 되어 얼음이 얼면 언 강가에서 썰매도 탄다.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면 냇가에서 빨래도 하고 놀이도 하며 간다.
가는 길에 땔감이 부족하면 길가 민가에 들러 부탁하면 주민은 흔쾌히 얼마든지 가져가라 한다. 길가 주민들은 생면부지의 순례단 사람들에게 기꺼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가다가 임부가 출산을 한다.

갓난아이는 경운기에 싣고,,,

산모는 다시 오체투지에 나선다.

그녀에게 산후조리의 개념은 없다.

마치 세렝게티초원에서 임팔라가 새끼를 낳고 곧이어 초원을 뛰어다는 것 같다.

산후조리를 위해 경운기에 오르면 오체투지를 포기해야 하고, 오체투지를 포기하면 평생 꿈꾸어 온 라싸 순례는 물거품이 된다. 산모가 길바닥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동안 갓난 아이는 경운기에 실려간다. 가다가 갓난아이가 배가 고파 울면 젖을 물린다. 젖을 물릴 때 만이라도 산모가 경운기를 타고 갈 수 있으련만 경운기를 타고 간 거리 만큼은 오체투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순례자는 단 한걸음도 경운기를 타고 갈 수 없다. 갓난 아이의 수유를 위해 잠간 경운기에 올라도 신들이 눈감아 주거나 모를 수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으나 그런 편법은 스스로에게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의 수유를 위해 경운기는 운행을 멈춘다. 산모와 경운기만 멈추는 게 아니다. 산모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 모든 순례자들이 갈길을 멈춘다. 그러나 아무도 갈길을 재촉하지 않는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실로 눈물겨운 아름다운 장면이다.


길을 가다 절개지 산 위에서 바위조각들이 떨어지면 동행하던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조각을 맞으며 어린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아이를 감싼다.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은 아이의 부모가 아니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 하느님 나라 천국을 믿으려 노력해 왔다.
보이지 않는 천국... 아무도 보지 못한 천국..
김수환 추기경조차도 보지 못해 경험해보지 못했다 고백한 천국..
이를 믿으려 애써온 적이 있다. 애써 왔지만 지금껏 천국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순례길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그동안 믿으려 노력하며 상상해 온 천국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천국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기독교 하느님의 천국 못지않아 보인다.

글쎄... 기독교 하느님의 천국은 더 대단할까.
그럴 필요도 없다.. 이 정도 삶이면 천국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이만하면 천국으로서 충분하다.
힘들어하지도.. 짜증 내지도 않고 순례길에 나서는 이들은 서로 돕고, 살피고, 아무도 불평도 하지 않는다.

그저 행복하다.
어린이가 따라와 진행이 느려도, 임부가 따라와 출산하느라 며칠씩 지체되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돕고 아끼며 사랑할 뿐이다.
순례길에 만나는 마을사람들은 순례자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숙소도 제공하며,
순례자들은 답례로 농사일을 거들어 준다.

순례길에 서로 돕고 인정을 베푼다. 그리고 헤어지며 다시 석별의 정을 나눈다.
특별하지 않은 듯, 유별나지 않게, 가볍게,. 하지만 진실되고 뜨겁게... 정을 나눈다

순례길에 나선 이유도 다양하다.
도축업을 하는 탓으로 살생을 많이 한 것이 죄스러웠고...
술주정뱅이 생활이 후회스러워 순례길에 나선 이도 있고...
순례를 떠나오기 전 지난해 주택공사 중 죽은 인부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가족 3명이 순례에 나선 이들도 있다.


오체투지의 기도는 남을 위한 기도가 먼저다. 그리고 난 후 나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한다.
나 자신을 위한 기도도 우리처럼 자식들 명문대학 또는 직장 합격, 사놓은 부동산. 주식 상승, 개업한 가계 번창등이 아니다,
백정이 업으로 가축을 너무 많이 살생하여 죄를 사해 달라는 기도.
술을 마시고 주정 부려 반성한다는 기도들이다..
이들의 삶은 그렇게 순례하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라싸에 도착하여 포탈라궁전에 참배하고
성산으로 참배를 떠난다.
대기업에 다니고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 국가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비싼 아파트에 살고 고급차 타고 명품 가방 들었다고...

마음 편할까.

천국은 아닐지라도 유사한 환경에서 살까.

그래서 영화속 사람들 보다 행복할까.

영화속 순례자들이 사는 삶이야 말로 맑은 영혼들이 사는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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