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당선시조(신용철)

한국문학예술 58호 당선 시조입니다

by 여여

눈이 내릴 거면(당선시조)

꽃분이 시집가는 날

꽃비가 내리듯

산행 앞두고 서설이 내리네.

천둥 번개 요란 떨며 흰 눈이 내리네.

내릴 거면 내 키만큼 내려라


백석이 흰 당나귀 타고

나타샤와 산골 가던 밤

내렸던 눈처럼

푹푹 내려라.

강원도 홍천 매화산 까끈봉에 들어

큰 눈 쌓여

가지 말라

옷소매 붙들면

눈 녹는 봄까지

산에 살도록 내려라

살다가 정들어

꽃비가 내리면

우리 사랑

뿌리가 내리리라



뭉게구름 붓에 찍어(당선시조)

파란 가을 하늘

도화지 보면


떠오르는 모습

그려지는 모습


가슴 저미네.


크게 눈 뜨지 마.

실눈으로 바라봐도 가슴 아픈데

똑바로 보면

얼마나 더 아프겠어.

미소는 그리지 마

윤곽만 그려도 서러운데

미소까지 그리면

얼마나 더 섧겠어

지난가을도...

이번 가을도..

그 모습 그렸지만..

또다시 그려 봐

무심한 하늘에

뭉게구름 붓에 찍어

눈 감고 그려 봐



봄비 오는 날(당선시조)

지난겨울.

녹지 않을 것 같던 그 겨울.


이제 녹아 사라져

가 버린 그 겨울.


그 겨울 친구가 남긴 술이

책장에 남아.


반쯤 찬 술병을 두고...

겨울과 함께 떠났는데.

오지 않을 겨울을

행여 하는 마음에

이봄까지 쳐다봤는데....

이제는

봄비 오는 날

땅에 묻어야겠다.

기다림도 술병에 담아

묻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임산부.어린이가 포함된 오체투지 순례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