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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번 Oct 10. 2024

일본인과 사는 한국인

" 내 인생에 일본이란 없다 " 


1990년대 후반에 필자의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가 일본어였지만, 내 인생에 일본을 여행은 물론 관련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사실 이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 공부를 하는 것이 본인이 해야 하는 행동이었지만, 이를 불편하게 느끼기에 스스로를 위안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공부를 안 해도 괜찮다는 핑계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관심이 없었다. 또한 2000년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전격적으로 일본 문화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그전에는 일본 문화를 접하는 것이 평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때 미디어에서는 일본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 문화가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나타내는 방송을 연일 했었다. 그렇기에 일본에 대한 감정은 좋은 기류는 아니었다. 우리 문화를 지켜야 한다. 일본 문화는 안된다. 이런 뉴스를 계속 접하게 되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사실 일본은 한국이랑 차이가 나는 수준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을 때 이기도 하다.

그냥 뭣도 모르는 청소년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따라가는 정도였다.


" 인생은 우연과 우연이 합쳐져서 하나의 완성이 된다 " 

이제 와서 둘러보니 일본인 아내와 가정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일본인하고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의도는 무슨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30살 때 일 때문에 영어권 나라인 호주에 가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면서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 외국인 며느리 안 데리고 올 테니깐 걱정 말아 " 

이런 말을 했던 이유는, 자식이 30살이 넘어가고 있는데 해외에 나가면 언제 여자를 만나느냐고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 해외에서 일본인 아내를 만나게 됐고 그렇게 결혼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렇게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본인하고 같이 살게 되었다.

기숙사, 원룸 등등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일본인하고 같이 살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공간에서 사는 것하고, 부부로써 한 공간에 사는 것 하고는 다르다.

사실 일본인의 형태가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 및 불편함을 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셰어, 기숙사 등등 같은 공간에 살더라도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너는 너의 생활패턴을 추구하고, 나는 나의 생활패턴을 추구하면 그만인 것이지만, 가족의 단계로 들어서면 일본인의 문화와 한국인의 문화가 조율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화합되는 과정이 순탄할 수 도 있지만, 아닐 수 도 있다.

일본인은 만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쉬울 수도 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흔한 경우는 아니다. 또한 일본인은 개방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외에 인터넷을 통해서 만나는 방법도 있다. 일본인은 매사 신중한 편이기에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인터넷으로 연락해서 실제로 만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도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여행을 다닐 수 없는 북한을 제외하고, 해외여행을 가까우면서도 쉽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 아닐까 싶다. 지리적으로는 한국이랑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너무나도 먼 나라.

그래도 일본이 한국이랑 가까이 있고,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일본인이 한국인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해가 안 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같이 혼재되어 있는 나라가 일본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하고 가장 많이 얽혀 있는 나라를 뽑는다면 일본이지 않을까 싶다. 문화, 역사, 정치 등등 

흥미로운 것이 한국과 일본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몇몇 단어들은 발음하고 의미가 동일하게 사용된다. 이런 것을 보면 가까운 나라이구나 하고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고속도로, 도서관, 가방, 가족, 30분 무료 마사지 등등 일본어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단어들을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바로 인지한다. 

일본 다음으로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서 비슷한 단어가 있을까? 동남아 국가에서 비슷한 언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일본은 가까운 나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지리상으로 가깝고,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문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단어만 조합하면 한국어처럼 할 수 있다. 비슷한 단어도 있으니 한국과 일본이 서로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필자가 보는 한국이랑 일본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젓가락 놓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식사 예절, 일상생활 규칙 등등 여러 분야에서 많이 다르다.

기숙사나, 친구랑 같이 같이 지내는 것이라면 본인만의 생활패턴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안 미치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가족으로써 한 공간에서 같이 산다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가까운 나라여서 그런지 한국하고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드라마 중에서 큰 인기를 얻은 ' 미스터 선샤인 ', 1000만 관객을 동원한 ' 명랑 '이라는 작품은 같이 볼 수가 없었다. 혼자서 봤고, 이러한 주제의 드라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문화적인 부분은 예술영역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을 피하고도 있다.

같이 보면서 " 와 너네 조상이 우리 조상을 저렇게 죽였다 "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간혹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언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사람하고 같이 살 때에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까지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중에서는 가족관계여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이야기 주제가 있다. 정치, 역사, 종교 다. 상대방 하고 싸우고 싶다? 그러면 이 주제를 꺼내 들면 100% 싸울 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상식이 상대방에게 전혀 먹혀 들어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하고 일본은 위에서 언급한 3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예전에 한 번은 독도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필자는 독도는 한국땅이다라고 말하고, 아내는 분쟁지역이라고 말했었다. 필자는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다 털어내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내는 쉽사리 수긍하지 못했다. 그래서 "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라고 물어보니깐.

어릴 적 학교를 다닐 때,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역사를 다르게 가르치고 있는 일본 정치가 문제인 건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배우는 사람들이 문제인 건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어떤 생각을 했었냐면, 백두산이 한국 거라고 한국 사람은 알고 있지만, 중국은 백두산이 중국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왜 한국 거라고 알고 있을까? 어릴 적부터 그렇다고 배워왔으니깐. 애국가에서도 백두산이 나오니깐.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백두산이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배웠으니깐.

그런데 중국이 갑자기 백두산이 본인 들 거라고 이야기한다? 중국 사람이 온갖 지식을 다 동원하고 나를 설득시키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해를 못 할 것이다. 아니하기 싫어할 것 같다.

이런 것은 보면 타협점을 찾는 것은 아주 머나먼 이야기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좋은 점도 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문화를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 설명해 줄 때는 한국을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특히 아내의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질문도 종종 받는다. (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또한 한국에서 통용되는 기준점이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람에게는 한국사람만의 기준점이 있고, 일본사람에게는 일본사람만의 기준점이 있다. 같이 살다 보면 그 기준점이 합쳐지기도 하고 섞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준점을 상대방에게 강요를 하기는 어렵다. 

강요를 하는 순간부터는 서로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결혼이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서로 간에 합의 도출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수긍 및 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희생이 많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일본인들은 주변시선을 굉장히 신경 쓴다. 본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쓴다고 하는데, 필자 입장에서는 지나치다고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줘야 하나? 그냥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서 대충대충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면 사람들이 뭔가를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참아가면서 살아가다가 삐뚤어져서 변태가 많아진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기는 했다. 일본은 주변시선을 너무 생각해서 스트레스받고, 한국은 주변시선을 스트레스받으면서까지는 안 하기에 서로 간에 이해가 안 될 때가 있기는 한다. 예를 들어서 여행을 다녀온다던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항상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선물이 어떤 것이 적합한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필자는 옆에서 대충 하자. 이거 하자. 모르겠으면 그냥 유명 기념품 또는 먹을 거 사면된다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비교해 가면서 그 상황에 맞는 선물을 고르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솔직한 심정은 ' 아 대충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문화적인 차이가 아닌 개인의 성격에서 나오는 차이 일 수 도 있다.


한일전 축구경기할 때? 각자 응원한다. 우리 둘 다 스포츠에 진심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강렬하게 응원을 하지는 않는다. 각자 아이스크림 1개씩 먹으면서 조용히 축구경기를 본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 축구를 보는 건지, 축구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하지만 골을 넣으면 각자 좋아한다. 경기 결과를 가지고 상대방을 놀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아무래도 젊었으면 모를까 나이가 차서 그런지, 그냥 그런 건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간략하게 이야기해 봤지만, 뭔가 좀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한국인 일본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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