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것을 하고자 호주로 떠났고, 그것에서 유학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유학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한국에서 새로 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 호주에서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호주에서 산지 10년 이후부터는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10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실 거예요 "라는 질문도 같이 받는다. 그것을 답해주기 위해서는 아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 어떻게 만나셨어요? "라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아내를 만나게 된 계기는 우연이였다. 그것을 보면 운명이라는 것이 진짜 있는가 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는 호주 시드니에서 지내기 시작했었다. 시드니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사람도 많고 뭐든지 크기가 다 컸다. 처음에 호주에 갔었을 때는 아는 사람도 없고, 집 - 직장만 왔다 갔다 했었다. 출퇴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시드니 시티에서 거주했었다. 대부분의 거주 시설은 아파트였고, 높은 빌딩이 큰 도로뿐만 아니라 작은 골목길에서 들어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면 양 옆의 높은 빌딩과 조그마한 하늘만 보일 뿐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일하던 거랑 별 다른 것이 없다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생활로 인해서 점자 무료해지기 시작했고, 이럴 바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호주 멜버른지사에서 인력이 갑자기 빠져나가서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서, 내 직장은 나에게 멜버른에서 새로운 사람을 구할 때까지만 다녀와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때 당시 직장 내에서 가장 막내로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서 멜버른으로 가는 것이 정해졌었다. 그때 필자에게 길어봐야 2달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2달이 지금 10년을 넘겨 버렸다.
어디든지 한번 정착하고 나면 새로운 곳에 다시 이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호주 멜버른에 처음 도착해서 가장 우선 해야 하는 것은 숙소를 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호주는 셰어 형식으로 주방,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방을 혼자 쓰거나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용하는 형태이다. 다른 사람이랑 방을 같이 사용하면 그만큼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방 정보를 찾아보고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입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집주인은 필자에게 몇몇 질문을 하더니만 " 같이 사는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일 텐데 괜찮을까요? "라는 질문을 했다.
뭐 일을 통해서 학생들을 많이 만나봤었고, 그리고 길어봐야 2달만 지내다가 나올 거 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그 집에서 2년을 살다가 나왔다. 2달만 살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었는데 2년을 살다가 나오다니... 인생에서 설레발은 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었지, 집안에서 뭘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집에 같이 살던 학생들은 주말에 클럽을 가거나 술을 마시러 나갔었고, 필자만 집에 남아서 일을 했었다.
멜버른에 아는 사람도 없고, 잠시 머무르다가 갈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안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멜버른에서 일하던 것이 2달이 넘어가고, 6개월이 넘어가고 1년이 넘어가고 하는 시점에 학교에서 저녁에 세미나를 한다고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저녁에 세미나를 한단다... 아 싫다.. 저녁에 세미나 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끝나는 시간이 8-9시 정도 될 텐데, 그렇다고 해서 그다음 날에 늦게 출근하는 것이 아닌데.. 하지만 필자에는 직장을 대표하는 것이니 반의무적으로 참석을 해야만 했었다.
세미나 장소는 하얏트 호텔 지하층에서 한다고 했었다. 그것을 듣고는 ' 호텔에서 하는 거니깐 근사한 저녁도 제공해 주려나? '라는 희망이 섞인 바람이 있었지만, 그냥 세미나 장소만 호텔 지하층에서 했던 거였다.
유학업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학교하고 미팅 및 세미나를 진행해야 한다. 참석하는 유학원들도 다양한다.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콜롬비아, 브라질 등등 영어권 국가가 아닌 곳에서 유학업을 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온다. 장소를 보아하니,,,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 참석했다 보니 흥미가 뚝 떨어지고, 빨리 끝나고 집에만 갔었으면 했었다. 그때 참석했던 인원들은 보면 대부분 나이대가 4-50대였었고 베트남, 태국 등등 동남아 쪽 나라들이 많이 있었다.
필자도 동남아에 관심이 없고 아는 정보도 없고, 그쪽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크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경험상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연령대는 2-30대였고 그 이상부터는 대부분 몰라했었다.
간단하게 먹으라고 조그마한 음식들이 나왔다. 그것을 핑거푸드라고 지칭 했었는데, 손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간식 겸 음식이었다. 구석에서 핑거푸드나 먹고 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도중에 뒤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 아내도 있었다. 아내를 첫눈에 보고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필자하고 혼자 오고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보는구나 라는 반가움이 있었다. 음식을 집으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서로 교환했었다. 명함에 있는 이름을 보고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세미나가 시작한다고 방 안으로 이동했었다.
방 안에는 큰 모니터가 있었고, 그 앞에 여러 개의 의자가 있었다. 아내는 앞에 앉았고, 필자는 뒤에 앉았다.
앞전에서 인사를 나누고 했다고 같이 앉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렇게 세미나에서 만나서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해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그냥저냥 다른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다면 인사를 나누는 스쳐 지나가는 그런 관계일 뿐이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아내는 코트를 집기 위해서 몸을 뒤 돌았고, 그때 필자하고 눈이 마주쳤다. 필자는 아내의 눈웃음에 관심이 급속도로 생겼다. 나중에 결혼하고 난 다음에 아내한테 그때 왜 웃어줬냐고 물어보니깐. 아내가 말하길 " 비즈니스 스마일이었어 "
그렇게 세미나가 끝나고 몇몇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호텔을 나섰다. 그곳에 온 몇몇 한국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고 있는데, 아내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적으로 남미 사람은 남미 사람들끼리 모이고, 동남아는 동남아끼리, 한국은 한국끼리 일본은 일본끼리 이렇게 모이는 편이다. 그날은 아내가 혼자 왔었기 때문에 한국사람 모임에 껴 있던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는 혼자서는 세미나 및 학교 행사에 절대 안 간다고 했었는데, 그날 같이 오기로 했었던 선임이 갑작스레 불참하게 되는 바람에 혼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같이 길을 나서면서, 각자 행선지에 맞게끔 인사를 하고 헤어지게 되는데, 필자는 아내하고 가는 방향이 같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둘만 남았을 때 아내에게 단도진입적으로 물어봤다.
" 남자친구 있으신가요? 몇 살이신가요? " 등등 개인신상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일상적이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질문들이 해외에서는 굉장히 무례한 질문들이다. 특히 개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오랫동안 알고 있어도 각별하게 친한 것이 아니면은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필자는 첫 만남에 바로 물어봤다.
그 이유는 아내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그 관심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30대가 넘어가면 흔히들 말하는 ' 썸 '이라는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애초에 연락 하지도 뭘 해보려고 하는 시도조차 안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 있다는 사람한테 굳이 밥을 먹자고 할 필요가 있을까나?라는 생각이었다.
친구로 만들어 놓고 기회를 엿볼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기는 싫었다. 그때까지 5년 정도 솔로로 지내서 그런지 그 생활에 익숙해진 것도 있기도 했었다.
아내는 남자친구가 없었다고 했었고, 그렇다면 연락을 계속해도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무슨 음식 좋아하냐? 한국음식 좋아하면 나중에 식사나 같이 해볼래?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는 이유는 호주 멜버른 시티는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리는 규모가 작은 도시였다. 이윽고 필자의 집에 거의 다 도착 해갈 때쯤에 아내가 자기 집에 도착했다고 먼저 말했다.
상황을 보니 필자가 살고 있던 건물 옆 건물에 살고 있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아내가 도착했다고 말하고 난 다음에 필자도 본인도 이 옆건물 옆에 산다고 했었다. 그러니깐 아내가 흠칫 놀라면서 웃기 시작했다.
아내가 생각하길 보통적으로는 이야기 나누다가 본인 갈 곳으로 가야 해서 헤어져야 하는데, 이 남자는 안 헤어지고 자기 집 방향으로 계속 같이 걸어가네? 스토커인가? 이 사람한테 본인이 사는 집을 보여줬다가 만약에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어디 가냐고 물어봤었야 했나? 등등 본인 집에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었다.
그렇게 서로 안면을 틀고 지내고 난 다음에, 관심이 있었다고 매일 연락하지는 않았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 학교 관계자로부터 일본여성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 여성과는 잘 안 됐지만 나중에 이유를 들어보니 연락을 너무 자주 해서 부담스럽다나..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상대방도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자주 해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다만 한국은 카톡에 적응해서 그런지 문장을 짧게 해서 여러 번 나누는 반면에 일본은 메시지 1개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써서 보낸다. 일본에서는 문제메시지를 보내는 거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짧게 여러 번 보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경험도 있고 해서 연락을 잘 안 했었다가 주말에 뭐 하냐고 연락했더니, 본인 할거 없어서 집에서 뒹굴뒹굴거린다고 했었다. 할거 없으면 같이 집 주변을 걸어보자고 해서 만나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렇게 몇 번 만나서 일 끝나고 저녁도 같이 하고 ( 첫 테이트 식사가 한국 부대찌개였음 ) 밤에 조깅도 같이 하다가 아내가 필자에게 원한다면 본인 집에서 차 ( Tea ) 마실 거냐고 물어봐와서 그때 확신 할 수 있었다.
' 아! 이 친구도 나에게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 '
이렇게 해서 커플로 발전할 수 있었다.
사람을 만는거에 대해서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오랜 기간 동안 솔로였었고, 아내도 오랫동안 혼자였었다. 그리고 나이도 30대 초반이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이걸로 해서 호주에 오기 전에 부모님에게 " 외국인 며느리 안 데리고 올게요 "라고 말한 것을 깨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