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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번 Oct 15. 2024

결혼식만 3번 했습니다

-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서 작성한 글이니,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집필에 큰 도움이 되는 여러분들의 댓글 및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 이 친구와 결혼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당시의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 같은 영역에서 일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는 점 등등 우연히 만난 것이 운명인 것처럼 퍼즐이 맞아떨어지듯이 지나갔다.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결혼할 상대가 생긴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평소에 부모님에게 살갗게 구는 아들이 아니었고,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살 테니 너는 너 가 알아서 잘 살면 된다라고 말씀도 하셨었고 그래서인지 부모님에게 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머님의 첫마디는 " 아 그래? " 

" 네 그런데 한국 사람은 아니에요 " 

" 어디 나라 사람인데? "

" 일본 사람이에요 " 

" 그럼 언제 결혼하는데? "

아들만 2명을 가지신 어머님의 반응은 오래 기간 동안 적응이 되신 듯, 바로 목적과 해결책을 준비하려고 하시는듯한 반응을 보이셨다.

" 아직 100% 결정된 것이 없으니, 나중에 결정되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 

하고 이야기를 끝냈다.

나중에 결혼이 끝나고 몇 년 후에 만났을 때 어머님이 말씀해 주셨다.

아들이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고 하는 것이 내심 불안한 것이 있으셨나 보다. 주위에 있는 친구분들에게 본인의 아들이 외국인과 결혼한다고는 말씀 안 하시고, 아는 친구의 아들이 외국인하고 결혼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하고 물어보셨단다. 그리고 그 친구분들의 첫마디가 " 어디 나라 사람인데? "

" 일본 사람이래 " 

" 아 그렇다면 도망은 안 가겠구먼, 일본이 잘 사는 나라여서 도망가는 경우는 거의 없데 "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셨다. 필자는 외국인하고 결혼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도망갈 거라고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었다. 하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티브이에서 국제결혼에서 아내가 도망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보셔서 그랬을까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다. 만약 현재의 아내가 일본사람이 아니고 동남아 국적의 여성이었다면 필자의 어머님이 필자에게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유학업계 특성상, 호주에 오는 사람이 있기에 새로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그분들은 필자에게 호주에서 얼마나 살았는지, 가족이 있는지 등등을 물어본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일단 물어보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값 인가 보다.

가족이야기를 하다 보면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어휴 결혼식만 3번 했어요 " 

이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흠칫 놀란다. 결혼을 3번 했어요라고 말하는 거하고 결혼식만 3번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물론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애매모호한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의 아내와 3번의 결혼식을 했었다. 한국에서 1번, 일본에서 1번, 호주에서 1번. 

한국에서는 필자의 부모님이 호주에 오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동안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시면서 뿌려 놓았던 축의금들을 수금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올렸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 결혼식을 올리는데 일본 정통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셨다. 물론 처가댁에서도 호주에 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호주에서는 양가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실질적으로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이니, 호주에서 하는 결혼식이 진짜 결혼식이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결혼식은 모두 달랐다. 결혼식도 매주마다 했었다. 11월 첫째 주에 한국에서 결혼식

둘째 주에 일본에서 결혼식, 넷째 주에 호주에서 결혼식을 했었다. 11월에만 3번의 결혼식을 했었다.


한국 결혼식

호주에 있다 보니 한국에서 해야 하는 결혼식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예식장을 잡고, 그곳에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양, 몇 명이 오는지에 대한 결정 등등 필자의 지인들만 부른다고 하면 몇십 명 밖에 안되지만 부모님의 하객들까지 한다면 몇백 명으로 늘어났다. 결혼식이라는 것은 본인의 행사가 아니라 부모님의 행사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나중에 보니 식장에 온 하객들은 300명 정도 왔고, 그중에서 필자의 지인은 20명도 안 됐다. 아내의 지인 2명이 한국에까지 왔었다. 1명은 일본인, 1명은 대만사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온 것이었다. 그 친구들은 한국말을 못 하는데 어떻게 분당 야탑역까지 찾아왔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한국 예식장은 돈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편해지는 구조였다. 아내의 웨딩드레스를 미리 입어 보는 날에는 업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보여줬다. 그리고 더 이쁜 웨딩드레스는 추가요금을 내야 했다. 결혼식이라는 것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비싸다고 느껴지더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개로 이렇게 추가요금을 야금야금 받아내는 한국 결혼 업체에 대해서는 짜증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는 하는 곳에 가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시는 분을 위해서 식당 밖으로 나가서 배웅까지 했었다. 그리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에 그곳에 있던 직원이 식당에 들어가려면 식권을 다시 받아서 가야 한다고 했다. ' 오늘 결혼한 당사자이고, 이 앞에서 인사만 하고 오는 건데 식권을 다시 받아가야 한다고? '라는 생각에 짜증이 많이 났지만, 좋은 날이 좋은 거라고 얼굴 붉히기 실어서 실랑이를 피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한국의 결혼식의 시간은 1시간. 처음 해보는 결혼식에 얼이 빠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결혼식은 끝나 있었다. " 신랑입장 "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고 너무 긴장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별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끝이 났다. 

한국 결혼식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처가댁의 식구들에게 통역을 구해줘야 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처가댁에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자밖에 없어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식장 앞에 서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했던 것도 못했다. 

필자의 동네친구들과 아내의 친구들이 결혼식 끝나고 같이 술을 마셨다. 서로 말도 안 통하는데 잘 놀더라.. 

부어라 마셔라 으쌰으쌰... 대만친구는 그곳에서 완전 꽐라가 됐다. 결혼식이 끝나는 날 이 친구들은 각자 일본/대만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했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그 일본친구랑 대만친구랑 분당에서 택시를 타서 인천공항까지 갔었고, 대만친구는 그때까지 완전 꽐라가 돼서 기절해 있었다. 일본친구가 비행기를 탑승해야 해서 대만친구를 의자에 내버려 두고 갔다고 했는데, 그 대만친구도 비행기를 탑승했었다고 했었다.

어떻게 비행기를 탑승했는지는 본인도 기억 못 하고 아무도 모른다.


가운데에서 대낮부터 술을 많이 먹어서 기절을 한 대민친구. 저 상태로 어떻게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탔는지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른다


일본 결혼식

일본에서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하는 곳은 성당에서 많이들 한다. 서양식을 따라 하는 편이어서 아무래도 성당에서 티브이에 나오는 것처럼 하는 편이었다. 아내가 사는 곳은 일본 지방지역이어서 성당에서 하는 것이 아닌 신사에서 하는 걸로 했다. 신사는 일본에서 절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부처님에 대한 가르침과 숭배를 하는 곳이 절이라면, 일본은 자신들의 조상에 대해서 가르침과 숭배를 하는 곳이 신사이다. 그렇기에 일본 전통방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결혼을 한다면 본인이 친한 사람은 물론 약간의 관계만 있어도 결혼식에 초대를 한다. 하지만 일본은 그 반대다. 애매한 관계는 초대를 하지 않고, 반드시 초대해야 하는 사람들만 초대해서 결혼식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결혼식 하객이 몇백 명이 되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 이유를 아내에게 물어보니, 일본의 축의금은 평균 30만 원이며, 그곳에 오는 비용, 시간 등등 하객들에게 많은 것을 짊어지게 함으로써, 친한 사람들만 초대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참석한 사람들에게 결혼식이 끝나고 난 다음에 선물을 보내주거나 하는 답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의 문화라고 했었다.

하객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후에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진다고 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결혼식은 가족 및 친척들만 참석하였다. 

결혼식 당일날, 식을 올릴 신사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전날부터 투숙을 하며 신부 화장 및 옷을 입는다. 남자는 일본 영화에서 야쿠자들이 자주 입던 기모노를 입으며, 여자는 하얀색의 기모노를 입는다. 하얀색 기모노를 입는 것은 일본 전통방식이어서 요새에는 하얀색 기모노를 입으면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드물다고 했었다. 일본이 아닌 해외에 살아서 그런지 일본 전통방식으로 하는 거였다.

신사 안쪽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기에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도 전통복장을 입으면서 결혼식을 본다는 것이 흔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필자의 어머님은 결혼식장에서 입으실 한복을 한국에서 가지고 오셨다. 이를 본 일본인들이 어머니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고 한다. 아내가 사는 지역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확신하기는 한다. 한국에서 누가 봐도 결혼식을 진행하는데 일본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닌다고 하면 기념 삼아서 사진을 찍자고 했을 수 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신사에 머무르는 일본식의 중 이 결혼식을 진행했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동안 필자와 아내는 나란히 서고, 그 앞에 가운데에 중 이 결혼에 대한 선서 같은 것을 읽었다. 재미있던 점은 선서를 읽는 내용 중에는 결혼하는 당사자가 사는 주소를 읽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들은 호주에서 살기 때문에 집주소가 영문으로 되어 있었고, 그중 은 주소를 사우스르르르르르 배크르르르르 이렇게 읽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는 결혼 참석자들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한다. 식사를 할 때에는 식장에서 입었던 옷을 새로운 옷으로 환복 한다. 환복 하는 옷 도 일본 기모노이다. 메뉴는 정해져 있으며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도시락형태로 나온다.

이렇게 하고 나면 일본 결혼식이 마무리된다.


신랑은 부채를 들고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신부는 걸음걸이조차 어렵게 꽉 쪼인 기모노를 입어야 했다


호주 결혼식

호주에는 한국처럼 대형화된 결혼식장이 없다. 호주 스타일로 결혼식을 한다면 시외곽에 있는 와이너리 ( 와인 만드는 곳 )에서 한다. 간혹 성당에서 하는 경우도 있으나 많지는 않다. 우리들은 이미 2번의 결혼식을 올렸기에 결혼식에 대한 피로함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호주에는 친구들만 있기 때문에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릴 필요는 없었다. 같이 모여서 축하하고 어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식당을 예약했다. 보통 1,2층으로 이루어진 식당은 1층은 식사를 하는 곳, 2층은 행사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식사는 가장 무난한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했다. 그때 당시 인당 식사가격이 $50불이었다. 2층에 테이블을 준비하고 행사를 하고 나면 시간에 맞춰서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호주에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증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호주에서는 주례사를 ( Celebrant )로 부르며, 주례사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주례사 앞에서 선서를 해야 하고, 정해진 양식에 사인을 해야지만 혼인신고가 이루어진다. 각자의 싸인이 포함된 양식 종이를 가지고 호주 정부기관 ( Birth, Death, Marrige )에 가서 등록을 하면 혼인신고가 등록 된다. 한국처럼 동사무소에 가서 증인 없이 서로 합의하에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혼인신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호주 결혼식은 약식을 지향했기 때문에 점심시간대에 맞췄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더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놀 수 있다고 이야기했었지만, 오후 4시로 결혼식이 끝날 거라고 정했었다.

위에서 언급한 호주 스타일로 결혼식을 한다면 낮에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루어진다. 술을 진탕 마시는 것이 아니고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출 사람은 춤을 추고 등등 알아서 조절하면서 파티를 즐긴다. 호주 결혼식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필자와 아내가 처음 만나서 찍어왔던 사진들을 조합해서 영상으로 틀었을 때는 눈물을 훔치는 아내 친구들도 있었다. 필자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을 느낄 감정은 없었다.

이렇게 3번의 결혼식을 하고 보니, 처음에 했던 결혼식에서는 너무 긴장해서 손이랑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3번째에서는 그냥 파티의 한 종류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가운데에서 서로간에 혼인을 했다고 보증을 해주는 주례사
호주에서는 와이너리에서 결혼식을 올리는것이 일반적이다. 결혼식 시간 또한 정해진 시간 없기에 본인들이 정할 수 있다.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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