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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이집사 Jun 29. 2023

만 나이

만 나이만 믿다간...


<만 나이>


만 나이 되어 내 나이 줄었지만

줄어도 모두 줄었지 나만 줄었나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 깜박깜박

만 나이어도 몸 나인 줄지 않았네


뱃속 나이면 어떻고 만 나이면 어떤가

나이 먹을수록 너도 나도 다 친구인걸


나잇값 맞게 행동하는 게 먼저겠지

몸 나이 줄이려 운동하는 게 우선이겠지





"야 인마! 너 몇 살이야"

"이 자식! 몇 살 처먹었다고 까불어"


둘이 멱살 잡고 뱉어내는 흔한 욕지거리입니다.


어제부터 <만 나이 통입법>이 시행됐습니다.

엄마 뱃속 나이는 이제 안 쳐주겠다는 겁니다.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방향은 바람직합니다.


한국 문화에선 특히 나이가 장땡이었습니다.

능력보다 연공서열, 개성보다 전통이 

중시되어 온 이유입니다.

서열 문화가 많이 누그러졌다지만 

장유유서의 가치가 여전합니다.

소위 MZ세대 문화가 확산되더라도 

해결책은 아닌 듯합니다.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나이 따지기!


좋은 점도 있습니다.

팔도 남녀노소가 처음 모인 곳에서 

나이는 한방에 질서를 잡아줍니다.

호구조사의 첫 질문도 나이입니다. 

몇 년 생이니, 무슨 띠니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형, 누나, 언니, 오빠로 

위아래가 나눠집니다.


그런데 나이가 맥을 못추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군대와 회사입니다.

유학까지 다녀온 스물일곱 청년도

머리 빡빡 깎고 군에 입대하면

스물 고참에게 꼼짝 못 합니다.

연탄불 오징어처럼 쭈그러듭니다.

마흔 초반 남자 과장도 서른 중반 여자 차장에게

차장님 차장님 해야 합니다.

백발의 부장도 오십 초반 이사에게 굽신거립니다.

집에선 연장자로 존경받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네 경로당에선 물당번이 되고 

담배 심부름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온라인 이웃' 간에도 

나이가 문제 되진 않네요.


이번 만 나이 시행으로 

어느 곳보다 초중고에 튄 불똥이 큽니다.

야! 친구야! 하던 애들끼리

형, 누나로 불러야 하는지 난리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만 열 살이나 만 아홉 살 반이나 다 친구랍니다.

성인이 될 때까진 호칭 따지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는 걸까요?


이삼십 대는 모르겠지만

사십 대 중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이가 한두 살 내려갔지만

몸도 천근만근 내려갑니다.

현관 비밀번호가 순간 가물가물합니다.

쉰 전후부터 몇 살 차이는 다 친구입니다.

돈도 성공도 중요하지만 

최종 승자는 팔팔한 사람입니다.


나이 값을 하라는 말이 점점 와닿습니다.

말과 행동에 더 신경을 씁니다.

꼰대, 개저씨 소리 안 들으려고 

책장도 마음도 활짝 엽니다.


운동도 빼먹으면 큰 일 납니다.

생로병사 중 태어남은 내 손 밖이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건 얼마든지 

내 손안에 둘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사십 대라고 합니다. 

사십 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노병사가 갈린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말입니다.


나이가 적어졌다고 

신체 나이까지 적어지진 않았습니다.


한 순간입니다.

만 나이 믿다가 몸 나이 망가지는 건

마음 단디 먹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입시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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