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마당에서 놀던 내가 섬돌 딛고 올라가니
이불 베개 가지런히 자개 위에 접혀있네
문방사우 옆에 있고 향초 냄새 가득한데
어디에서 무얼 할지 누구 하나 말을 않고
미닫이문 여는 소리 옆 방에서 들리는데
딸깍잘깍 소리 날 뿐 금세 적막 휩싸이네
벼루에 물을 붓고 개털붓 만지작 만지막
벗 없으니 글벗 삼아 한글자씩 써내리네
자의 반 타의 반 브런치로 왔습니다.
블로그에서 에세이를 써오던 제게
친한 이웃이 브런치를 권했습니다.
"에이! 말도 안 돼"라며 말았습니다.
플랫폼 바뀌는 게 큰 일인 양 여겼습니다.
몇 달 지나 다시 그럽니다.
이번엔 다른 이웃까지요.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에세이는 브런치에서 편하단 걸 께달았기에
옮겨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웃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유익한 포스팅을 꾸준히 보며
영감도 받고 글감도 찾았습니다.
부실한 제 글을 좋게 봐주고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느낌이 좋습니다
휑하지만 조용하면서 깔끔합니다.
새로 지은 건물 8층 구석 한 칸을
글방으로 임차한 주인장 같습니다.
여행용 가방에 옷가지만 허겁지겁 챙겨
글방에 온 기분입니다.
책걸상과 집기 몇 개만 조촐합니다.
가만히 글방 벽에 귀를 대봅니다.
드르륵드르륵 드릴 소리가 나고
손님들인지 시끌벅적하기도 합니다.
간판 다는 소리, 주인장의 고함소리도 들리다가
금세 조용해집니다.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일 안 했다고 건물주가 임차료를 깎아 주지도 않습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화선지를 펴고 서진을 올립니다.
벼루에 물을 따르고 먹을 갑니다.
대나무 통에 몇 자루 꽂혀 있는
붓을 만지작 거리다가
손에 잘 잡히는 걸 하나 뽑아봅니다.
쓰윽 쓰윽~ 개 털이라 질감이 시원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도구를 탓할 여유도 없습니다.
뭐라도 써야 합니다. 내 이름 석자라도요.
개 털 삼 년 묻어 놔야 여우 털 안 되니까
지금 있는 걸로 뭐라도 해봐야 합니다.
남이 보든 말든 부지런히 연습해야 합니다.
문 밖에 인기척이 있으면 슬쩍 나가보고
다시 돌아와 써야 합니다.
하나 둘 채워가면서
글방 환경을 정비해야 합니다.
글방답게 풍성한 글도 갖춰 놓아야 합니다.
옆 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짬은 아직입니다.
내 콧물이 석자라 먼저 닦아야 합니다.
그래서 씁니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