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정동 장애라는 소견서를 받자마자 마법같이 나의 조증은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우울이 다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하늘을 뚫을 것 같던 의욕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매일 근무 쉬는 시간이나 퇴근 이후 시간에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었다. 그러나 의욕이 사라진 지금은 읽고 싶어서 산 책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려고 쓰던 아이패드는 충전하지도 않고 있다. 그나마 글은 내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쓰고 있다. 활활 타오르던 촛불의 불이 꺼진 것 같다.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듯한 느낌이다.
받은 소견서를 가지고 정신건강바우처를 신청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원하는 심리상담센터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신건강바우처는 총 8회, 1회 자기 부담금 8,000원만 부담할 수 있어 나처럼 심리상담이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좋은 제도인 것 같다. 나는 성북구 병원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나의 병명이 양극성 정동 장애인 것과 최근 꺼져 간 의욕으로 인해 무료해진 하루가 고민인 것을 상담센터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심리상담 선생님께서는 병원 선생님께서 소견서에 양극성 정동 장애라고 적어주셨지만, 병명을 떠나 있는 그대로 나를 봐주시고 상담해 주셨다. 보통 조울증은 쇼핑중독에 빠지거나 많이 먹거나 원나잇을 하는 등 소비하는 쪽으로 빠지는데, 나는 의욕이 충만하면 생산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는다고 한다. 먼 곳에 있는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거나, 매일 책을 읽고 자기 계발 커뮤니티에 인증을 하거나, 매일 글을 쓰는 등……. 카카오톡 소식에 올렸던 그동안의 내 모습을 보셨던 심리상담센터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대단하다고 하셨다.
활활 타오르던 촛불이 지금은 꺼져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작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라, 그리고 그 작은 촛불은 다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크게 타오를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지금은 생산적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일종의 동면 시간이 아닐까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동면의 시간. 좀 행동이 느릿느릿해지고 졸려지는 게 단점이지만.
상담이 끝나고 곧바로 정신과에 갔다. 병원에서도 같은 고민으로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이 ‘안정기’라고 말씀하셨다.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했다. 서서히 완만하게 지금의 상태에서 의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내 의욕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두 선생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내 의욕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믿어보기로 했다. 그때까지 휴대폰 메모장에, 수첩에 아이디어를 잔뜩 적어두자. 그리고 싶은 것들, 글로 적고 싶은 것들 차곡차곡 모아서 내 의욕들이 활활 타오를 준비가 되면 꺼내어 표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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