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ESKINE Diary│다시 삶의 둘레에 돌아간다
고장 난 내 시계
번아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늘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잠을 잤구나...
내 시계는 고장 나서 정지되었는데
세상의 시간은 멈추지 않아
초초해진다.
나만 뒤처질까 봐 걱정된다.
이를 악물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다 했는데
내 편일 줄 안 시간마저 나를 위로해주지 못하는구나...
알아,
고장 난 시계라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나만 멈추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 고장 난 내 시계 덕분에
내가 놓쳤던 나의 시선들을 다시 찾기도 하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의 영역까지
멈춰진 시간 속의 여유 덕분에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깐이라도 내가 쉬어 가는 삶의 쉼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결국,
나는 나
고장 난 내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고
나도
다시 삶의 둘레에 돌아간다.
잊힌 듯하지만,
잊히지 않는
내 지난 살아온 기억들처럼...
고장 난 내 시계
MOLESKINE Diary│다시 삶의 둘레에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