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수천 수만의 책. 무덤.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월식>.
표지를 넘기고, 면지, 소제목, 빈 장, 이 아니었다.
참으로
속깊은
침착함
누군가 연필로 써두었다.
다시 월식.
그 글귀는 당시 내가 그토록 얻으려 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끝내 얻지 못했고, 지금은 잊었다. 하루는 늘 꽉 차 있고, 나는 불안해 두리번대며 붕붕, 떠다닌다. 아쿠타가와에게 흥미를 잃은지 몇 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그 글귀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차분히 바라보며 쓴
참으로
속깊은
침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