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골목길에서 장님 아이가 지팡이를 짚으며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서툴고, 비틀거렸다. 시력을 잃은지 얼마 안 된 아이. 왼손에 쥔 지팡이로 땅을 탁, 타닥, 두드린 다음 오른발을 반걸음 내딛고, 다시, 탁탁, 왼발을 반걸음 내딛었다. 옆에서 잘한다, 이렇게, 옳지, 하며 추켜세우는 사람은 아이의 엄마인 듯했다. 아이가 넘어지면 언제든 붙잡을 수 있도록 팔을 조금 벌리고 있었다. 둘 다 무척 즐거워 보였다. 나는 가만히 걸음을 늦추며 그 모습을 보았다. 둘의 머리 위로 봄볕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아이와 나는 아주 짧게 눈을 마주쳤다.
그 일은 우리밖에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