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사랑을 소개할게요

츤데레가 매력인 파리 - 센 강과 에펠탑과 미술관 그리고…

by 블랙홀릭

이곳에 오면 담배 냄새에 익숙해져야 해요. 야외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길거리에서, 버스정류장에서도 수시로 담배연기가 콧속으로 들어오거든요. 메트로역 근처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걸을 땐 오줌 지린내를 맡아도 그러려니 해야 해요.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노상방뇨가 흔하거든요.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는 낯선 사람이 친절을 베풀면 조심해야 해요. 그들의 일행 중 한 명이 내 가방을 노리고 있을 테니까요.


관광지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기차표를 끊을 때 내가 선 줄만 안 줄어든다고 안달복달하면 안 돼요. 창구 직원은 클레임을 거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거나, 옆 창구 직원과 수다를 떨거나, 표를 구매하는 손님과 스몰토킹을 하는 중일 것이니까요.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재촉하면 안 돼요. 느려터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름대로 성실히 일하는 중이니까요.


20220827_161629.jpg 에펠탑 @Paris, France

프랑스 파리는 그런 곳이에요. 무질서하고 지저분하고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규칙이 명확하고 아침 일찍 물걸레(?)를 장착한 청소차가 도로를 씻어내며 여행자가 곤란을 겪으면 츤데레처럼 도와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에요.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강변을 바라보면 낭만이 뭔지 알게 되는 곳, 유서 깊은 건축물을 감상하다 보면 중세시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 곳이에요. 루브르와 오르세로 대변되는 수준 높은 미술관과 베르사유처럼 아름다운 궁전이 있는 곳이죠. 무엇보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보이는 에펠탑이 까만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도시예요.


IMG_1090.JPG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대성당 @Paris, France

저는 처음 파리에 왔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어요. 어쩌면 혼자 만의 짝사랑일 지도 모르죠.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그 사람이어서 좋은 것처럼 그냥 그 도시여서 좋았어요. 제 입맛에 맞지 않았던 프랑스 요리도, 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이 달리던 메트로도,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대며 들고 올라갔던 메트로역도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이요.


운전자들은 길가에 사람이 서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멈춰요. 처음엔 그 배려가 익숙하지 않아서 뛰듯이 길을 건너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지요. 메트로역에서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해결해 주고 쿨하게 돌아서 가던 파리 남성은 제 눈에 에단 호크(영화 '비포 선라이즈' 남자주인공)처럼 보였어요. 그들의 입 속에서 부드럽게 굴러지는 프랑스어는 사랑의 밀어 같았지요.


IMG_8240.JPG 오르세 미술관 @Paris, France

파리에 간다면 에펠탑에 꼭 올라가 보세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아래에서 보는 걸로 만족했지만 올라가 본 사람들은 '인생에 한 번쯤은 올라가 보라'고 할 만큼 빼어난 전망을 볼 수 있다고 하니까요.

파리에 간다면 바토무슈를 꼭 타보세요. 가늘고 긴 센강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은 해질 무렵 타서 노을을 감상한 후 캄캄할 때 도착해 에펠탑의 조명쇼를 코 앞에서 보면 세상 행복을 다 얻은 것 같을 거예요.

파리에 간다면 미술관을 꼭 가보세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전시된 오르세 미술관은 필수 코스예요. 모네의 <수란>이 감동적인 오랑주리 미술관과 앤디 워홀로 대변되는 현대미술이 볼 만한 퐁피두센터 외에도 로댕미술관과 피카소미술관 등 미술관의 보고 같은 곳이 파리예요.


20220830_135334.jpg 센강 @Paris, France

파리에 간다면 센 강변을 산책해 보세요. 그러다 벤치가 보이면 앉아서 쉬어보세요. 그러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면 들어가 보세요. 유럽에는 수많은 성당이 있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미의 창만큼 크고 아름다운 창은 본 적이 없거든요.

몽마르트르 언덕도 걸어서 올라가 보세요. 테르트르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려보거나 화가들이 직접 그림 그리는 걸 구경해 보세요. 내 속에 없던 예술혼이 끓어오르는 걸 느낄 테니까요. 날씨 좋을 때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서 파리 시내를 꼭 내려다보세요. 세상을 얻은 것처럼 속이 뻥 뚫릴 테니까요. 그 앞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은 덤이에요.

해가 질 무렵에는 개선문을 올라가 보세요. 높은 건물이 없는 파리 스카이라인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보면 '내가 인생을 잘 살았나 보다'라며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게 될 테니까요.


IMG_8999.JPG 튈르리 정원 @Paris, France

시간이 허락한다면 베르사유 궁전에 가보세요. 화려한 궁전 내부를 관람한 후 드넓은 정원을 꼬마기차를 타고 돌아보세요. 그러다 호수를 발견하면 내려서 잠시 앉아 쉬어가세요. 백조가 슬그머니 다가와 인사를 건넬지도 모르니까요.

야외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 와인 등을 마셔보세요. 에펠탑이나 센 강이 보이는 전망이 아름다운 카페도 좋겠지만 그냥 현지인이 많은 동네에서 평범한 카페에 들어가는 걸 추천해요. 소박함 속에 힙함이 뭔지 바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공원을 꼭 가보세요. 햇빛 좋은 날이면 돗자리 하나 펴놓고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세요. 주변의 소란스러운 움직임과 말소리가 멀어지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니까요.


20220827_204153.jpg 개선문 옥상에서 바라본 낙조 @Paris, France

제 첫사랑 파리는요. 한 번만 가면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사람도 여러 번 만나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발견할 때가 있잖아요. 파리가 그래요. 낯선 집시들이 다가오면 겁부터 나고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 파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인생에 한 번은 꼭 파리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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