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여행에 감사하며
'리스본 푸니쿨라 탈선 사고로 한국인 2명 등 16명 사망'
얼마 전 습관처럼 휴대폰을 켜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뉴스 제목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리스본 푸니쿨라? 나도 올해 여행 가서 탔는데?'
나는 올해 5월 말 포르투갈 리스본을 여행했다. 몹시 더웠지만 리스본은 아름다웠다. 리스본에는 2개의 푸니쿨라가 있는데 당시엔 그중 비카 노선이 운행이 중지(점검 및 수리)돼 글로리아 노선을 탔다.
사진 속 노란색 감성 가득한 전차가 글로리아 푸니쿨라다. 이 언덕을 내려가는 길에 연결 케이블이 끊어졌고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탈선해 전복됐다고 한다.
포르투갈 도시들은 언덕이 많기로 유명하다. 수도인 리스본도 마찬가지. 걸어서 이동할 때 유난히 힘든 이유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니쿨라는 낮은 지대와 언덕 위를 잇는 리스본 고유의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리아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면 상 페드루 알칸타라 전망대가 나타난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리스본 시내 전경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지다.
그래서 리스본에 온 관광객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푸니쿨라를 탈 수밖에 없다.
나는 이날 푸니쿨라를 타면서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푸니쿨라를 탄 관광객들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워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오히려 아슬아슬하게 골목 사이를 지나가는 푸니쿨라 안에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이 푸니쿨라는 사고가 났고 1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무엇보다 사망자 명단에 한국인 관광객 2명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즐겁게 떠난 여행에서 그런 비극을 겪다니 남 일 같지 않았다.
18년 전인 지난 2007년 여름에는 반대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튀르키예(당시에는 국가명이 터키였다) 여행을 준비 중이었는데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가 추락해 한국인 관광객 등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와 후배)도 열기구를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우리는 열기구를 탈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채 이스탄불로 향했고 그곳에서 카파도키아로 떠나는 날 열기구 투어를 예약했다.
"우리가 언제 또 카파도키아에 오겠니. 그냥 타자. 설마 또 사고가 나겠어?"
고백건대 우리는 그때 젊었고 우리에게까지 그런 불행이 닥치지 않으리라 장담했던 것 같다. 어쩌면 무모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열기구를 탄 날에는 날씨가 좋았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안전하게 열기구 투어를 마쳤다.
2019년 5월에도 유럽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진 적이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해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사망했다는 속보였다.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패키지여행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소형 유람선을 대형 크루즈선이 들이받으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연말을 강타한 무안공항 여객기 착륙사고는 공항 내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져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말을 맞아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여행객들이 피해자였으며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중 최대 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이처럼 여행 중 일어나는 인명사고는 대부분 인재(人災)다. 자연재해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고가 난 적도 있겠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열거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을 뿐이다.
반백년 세월을 산 지금은 안다. 내 여행에 천운이 함께했음을. 큰 사건사고 없이 여행을 마쳤던 것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행 중이거나 여행을 준비 중인 많은 이에게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