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풍문으로 들었소: 허울뿐인 전문 실사
본사가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보니, 종종 외부 감사단이 들이닥쳤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다. 해외 관계기관, 다국적 전문 컨설턴트, 그리고 통역까지 딸린 국내 전문가들. 이쯤 되면 무슨 올림픽 조직위원회쯤 되는 줄 착각하기 딱 좋다.
하지만 실상은 간단하다.
사실 대표가 대대로 집안에 돈 많은 집안이나 재벌그룹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 돈 있는 사람 꼬셔서 지분투자 시키고, 자기 돈은 아끼느라 은행 담보 잡히고, 개미 주주들 푼돈까지 긁어모은 뒤—대표가 떠벌린 대로 그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 척” 하는지 확인하러 오는 것이다.
이 요란한 ‘실사 퍼레이드’를 치르려면 차량·숙박·식당·통번역사까지 풀세트를 예약해야 하고, 몇 주간 사무실은 마치 대기업 VIP 맞이하듯 바빠진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이들의 출장비와 자문비까지 결국 주주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사실이다. 실사단이 떠난 뒤 날아오는 건 보고서가 아니라 달러와 유로로 찍힌 청구서다.
더 우스운 건 실사 내용 자체가 그다지 날카롭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고?
우리 외국인 대표님의 ‘탁월한 인사 관리’ 덕분이다. 혹시라도 프로젝트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전문가가 선정되면? 비자 발급 단계에서 탈락. 항공권도 발권 불가. 아예 한국 땅을 밟지 못하게 원천 차단된다.
실제로 한 컨설턴트가 비판적 보고서를 준비하다가, 출국 닷새 전 모든 일정이 우리 대표 손에 의해 통째로 날아간 적도 있다.
그리고 이런 무대에서 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A(에피소드2편). 항상 회사 악의 축에 한가운데 놓여있는 인물로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그는 실사를 업무 점검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사내 권력 게임 무대로 바꿔버린다. 한 번은 제멋대로 회사를 휘젓고 다니는 그를 다스리고자, 대표가 호주 디렉터가 데려와 A위에 앉혔다. 당연히 A의 계속되는 궤변과 기만행위를 외국 대표에게 낱낱이 보고하던 디렉터와 대립각을 세우던 A는 실사준비 기간 동안 한 동안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의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국인 상사를 밀어내기 위해, 국내 협력업체 사장을 매수해 감사회의에서 “그 상사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폭로를 터뜨리게 했다. 갑자기 회의장은 기업 실사가 아니라 사내 긴급 뉴스 속보로 돌변했다. 실사단은 귀를 쫑긋 세우고 미친 듯이 타자를 치고 메모했고, 긴급 실사보고가 이뤄졌다. 디렉터는 실사 주간 배제되었고 A는 그날 밤 혼자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한다.
외부에선 “글로벌 전문 감사단”이라며 권위와 신뢰를 포장했지만, 내부에서 본 실사는 그저 연극 무대와 음모극이었을 뿐이다. 진짜 실사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매번 표적이 된 불운한 누군가였다. 그리고 제대로 실사와 감사가 이뤄져 회사 운영에 좀 더 투명성과 방향성을 점검하고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누군가들의 정치적 기행의 수단이 되고 몇 주간의 불가피한 업무지연과 비용지출에 한숨만 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외국계 회사라고 해서 모두 서양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 세워진 투명성과 합리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그들의 ‘글로벌’은 번역된 연설문과 반짝이는 로고에 불과할 뿐이다.
만약 화려한 홍보 문구나 영어·외국어 커뮤니케이션의 매력에 끌려 이직이나 취업을 꿈꾼다면, 외국계라는 간판만으로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회사가 걸어온 역사와 기업 아이덴티티,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실천,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 어떤 연극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