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은 달 Sep 27. 2023

나는 고등어로소이다.

수영일기


6개월 차에 들어선 수영은 시나브로 중급반이 되었다. 올림픽수영장의 중급반은 마지막 영법인 접영을 배우는 단계. 고로 매시간 물속을 아래위로 일렁일렁 엉망진창으로 누비고 있다. 누구는 돌고래를, 인어공주를 떠올린다지만 왜인지 나는 그저 완연한 고등어에 빙의된다. 매끈하고 통통하되 날렵하게 바다를 누비는 푸른 물고기 고등어. 2미터의 물깊이에 압도당하던 공포가 사라지고 깊고 조용한 편안함이 밀려온다.


처음 수영을 시작하던 날, 음파음파를 외치며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물에 뜰 수 있을지, 육지에서 걸어 다니면 될 인간이 왜 굳이 물속에서 이렇게 수영을 하려고 애를 쓰는지, 아가미도 없는데 대체 왜 이런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지 갖은 의문이 보글보글 샘솟았다. 수영의 역사라던가 기원을 찾아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수개월간 따라다니던 그 의문들을 해결해 보고자 했고, 주위 수영인들과도 수영예찬과 동시에 물에 대한 공포를 토로했다. 급습한 공황장애에 울며 물밖으로 기어 나오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하고 있다니.


확실한 건 수영의 어마어마한 중독성. 수영에 끝이 있는지, 있다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아이슬란드 앞바다를 헤엄치는 수영대회에 나가는 상상을 하며 오늘도 세상 모든 번뇌와 고뇌를 락커룸에 체크인시켜놓고 50미터 레인으로 달려 나가 50분 동안 고등어가 되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사진첩에서 수영으로 검색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