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아빠의 모습
동생 입대 일주일 전, 아빠와 지독하게 싸웠다. 필요 물품을 주문하라는데 '군대 가면 다 보급품 주는데 그런 걸 왜 사냐'고 한 아빠의 말이 발단이었다.
-그럼 다른 애들 다 챙겨서 오는데 민호만 안 챙겨서 보낸다고?
-아니, 거기 가면 다 준다니까. 군대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서 사제를 못 쓰게 한다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깔창이랑 아대 뭐 그런 거 다 챙겨서 들어갔다고 나와 있었어, 여보.
-아유! 다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들이야. 만인이 평등하다는 게 대전제라니까? 보급품 말곤 아무것도 못 써. 몸만 가도 돼, 몸만. 그래, 시계 하나는 사야겠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요즘은 다르다고. 당신 40년 전에 군대 다녀온 사람이야. 검색도 안 하고 그런 말 하지 마.
정작 동생은 가만히 있었는데 가족 셋이서 말다툼을 했다. 가져가서 반납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챙겨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아빠가 야속했다.
대망의 입대 당일. 가족들이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빠가 먼저 '현금은 챙겼냐'고 물었다.
-안내문에 1~2만 원 정도 가져오라고 써 있어서 챙겨줬어.
-어휴, 여보. 이만 원은 무슨. 한 오만 원 줘. 속옷은 챙겼어? 속옷도 한 세 개 챙겨. 면도기도 거기 거는 안 좋아서 다 베이니까 좀 챙기고, 양말이랑.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만인이 평등하다며 아무것도 필요 없다던 사람 아닌가. 황당할 따름이었다.
차에 타자마자 훈련소가 아닌 밥집을 찍고 가야 한다며, 특정 음식점을 검색해 보라고 하신다. 전국맛집 밴드에 가입해서 찾아봤는데, 훈련소 근처 식당은 다 배짱장사라 맛없고 불친절한데 그 집은 괜찮다고 올라와 있었다면서. 밤새 거실에서 핸드폰으로 뭔가 꼼지락거리시더니, 훈련소 근처 식당을 찾았나 보다.
삼계탕집에는 온통 입대 전 밥을 먹으러 온 가족들이었다. 우리 옆에 앉은 가족들은 교회를 다니는지 삼계탕이 나오기 전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오늘 ㅇㅇ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ㅇㅇ이가 몸 건강히 다녀올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오늘 입대하는 모든 장병들도…." 덕분에 함께 은총을 받았다. Holy한 식사였다.
훈련소 가는 길은 생각보다 막혔고, 입대가 15분 남은 시점에도 우리는 도로 위에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동생은 내려서 걸어가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가만히 있어 봐'하더니 주차공간을 찾아냈다.
-식당 주차장 아니야?
-여보,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야.
입대 10분 전, '호국 요람'이라고 적힌 훈련소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동생은 엄마와 나를 차례로 안아줬다. '아빠도 안아 드려' 하는 말에 둘은 어색하게 포옹했고, 나는 핸드폰 카메라 어플을 켰다. 세장쯤 찍었을까, 아빠가 또 한 마디 하신다.
-아이, 이제 됐어. 가로로도 좀 찍어.
세로 사진은 이제 그만 찍어도 된다는 의미였나 보다. 동생을 들여보내고 나서도 우리는 한참을 그곳에 서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동생이 남기고 간 배스킨라빈스가 냉동고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