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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Oct 01. 202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감사한 오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성당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벚나무에 새들이 여러 마리 있다.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니 제법 몸집이 큰 종류의 새들은 푸드덕 날아가고 참새보다 작은 크기의 새 한 마리가 가지 이곳저곳을 날아다닌다. 사람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연신 자리를 옮기는 이유가 궁금해서 작은 새를 따라 나도 계속 시선을 옮겼다. 새가 가지로 날아 앉을 때마다 날파리 같은 것들 수십 마리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새가 날파리들을 먹기 위해 계속 자리를 옮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침부터 저 창밖 벚나무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생명들이 있었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햇볕을 쬐며 커피를 마시며 아늑하고 한가로운 아침을 맞는 나와는 사뭇 대조적인 상황이다.


간밤에 별고 없었고, 아침 커피와 사과를 잘 섭취했고, 늦지 않게 성당에 가서 실수 없이 독서를 하고, 건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창밖의 햇볕과 바람으로 빛나는 단풍을 바라보며 연인을 기다릴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다. 평화로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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