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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Oct 02. 2023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산책하고 감사하기

긴 연휴의 끝이 보인다. 부모님 댁에는 연휴 초에 하룻밤만 지내다 오고 수험공부를 이유로 얼른 집에 올라왔다. 시험이 코앞이고, 시험이 지나면 논문 작성을 해야 하고, 그다음은 박사과정 원서, 그다음은 또 다른 자격시험 준비... 늘 산 넘어 산인 것 같고 고달픈 인생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틈틈이 잘 놀고 잘 쉬곤 했다. 조금은 압도되고 마음은 바쁘지만 매일매일 하루 분량의 삶을 살다 보면 어느새 다 지나간다.

그래서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수험공부만 하기엔 가을 햇볕이 너무 아깝다. 빛나는 가을볕에 나를 꺼내어 비타민D를 생성시키고 멜라토닌을 억제시키도록 재촉한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바나나와 다크 초콜렛을 신중하게 골라서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재활용 분리수거까지 모두 마치고 나의 반나절을 돌아보며 음미한다.

연인과의 아침 통화, 공부, 산책, 비움 등 모든 것이 감사하고 충만하다. 이 중에는 나의 노력으로 인한 것들이 있고 그 밖의 것들이 있다. 좋은 것들 중 내가 잘해서 얻은 것과 그 외의 것들을 구별하는 것 또한 감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하다.

나의 노력으로 인한 좋은 결과를 정확히 구별할 때, 나의 노력과 능력을 벗어난 행운과 도움의 손길과 늘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잘했으면 스스로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게 아니라면 상황과 이웃에 감사는 것도 중요하다.

산책하기로 마음먹고 자기돌봄을 위한 의지와 근육을 움직인 나를 칭찬한다. 그러나 연인의 사랑과 격려, 따사로운 가을 햇살, 바나나와 초콜렛 등 나를 좋게 해주는 수많은 것들은 내 능력 밖에서 내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니 다만 나의 할 것은 감사뿐이다.


감사는 누군가에게는 단 하나도 찾아지지 않는 어려운 것이지만, 찾기로 결심한다면 눈앞에 이미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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