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꼬마 Oct 12. 2023

미래 보험왕의 총각김치와

별안간 떠오른 전남편에 감사


살아보겠다고 얼마 전에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친구가 또 선물을 보내왔다.  이번엔 총각김치다.

다정하고 사람 좋고 생활력 좋은 여자들한테는 왜 그렇게 게으르고 미성숙한 남자들만 꼬일까. 한량 같은 남편 탓에 애들 키우며 잘 살아보겠다고 안 해본 일이 없는 친구는 드디어 보험을 시작했다.

친구가 보험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바로 그 친구에게 보험을 들었다. 안 그래도 보험을 정리하고 새로 들려고 했었던 차였다. 친구는 고마워했고 열심히 배워가며 내 보험을 설계해 줬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한테도 홍보용 선물을 보냈더니 그 후부터 자신의 전화를 피한다고 하며 속상해했었다.  전화를 피하는 친구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전화 피하는 친구는 말주변이나 사회성이 좀 낮은 친구라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였다.

난 일찌감치 친구에게 보험을 들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친구의 선물에 부담감이 없고 고마움만 느끼고 표현하면 된다.


열심히 사는 친구가 보내준 총각김치다. 야무지게 먹고 나도 또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얼른 내 친구가 보험왕이 되고, 애들 다 키우고 수능이혼해서 더 멋지고 능력 있고 친구를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길 간절히 기도해야겠다.


그 친구는 아이가 없어서 이혼이 쉬웠던 나를 부러워한다. 사실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친구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다. 몇 년 전엔 내가 지혜롭게 피임을 잘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아니다. 남편들이 안 놔줘서 이혼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 걸 보면서 순순히 이혼해 준 전남편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이어지는 좋은 인연에 감사하지만 인연이 다한 떠나간 사람들에게도 감사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도 다행스럽고 감사한 날이 또 지나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을 함께 지내는 연인이 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