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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Nov 20. 2023

불알친구 안 부러운

나팔관 친구 만나고 온 날

오랜 벗을 짓궂게 지칭하는 말 중에 '불알친구'라고 있지 않나. 나는 '나팔관친구'가 있다.

30년도 더 된 교회친구들이다. 물론 나는 천주교로 이사했고, 현재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신앙을 존중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위로와 기도를 해준다.


나팔관 친구는 나까지 총 4명인데, 유일한 현역 기혼자이자 학부형인 친구가 늘 바빠서 모임에 자주 나오지 못한다. 오늘도 3명이서 만나서 푸드파이터처럼 먹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어제꼈다.


가끔은 서로 서운해하기도 하고, 삐쳐있기도 하고, 뒷담화가 오갈 때도 있지만 이만하면 좋은 벗들이다. 서로의 가정환경과 풍파들, 형제자매 관계, 조카들 이름까지 다 꿰고 있다. 긴 장편드라마 같아서 지난번에 놓친 줄거리만 업데이트해도 된다.


네 명 중 세 명이 T라서 '우리 우정 뽀래버' 느낌의 따뜻한고 끈끈한 그런 느낌은 없지만, 때 되면 만나고, 푸드파이터처럼 먹어대고, 징하게 수다를 떤 뒤 다음을 기약한다.

뭐랄까, 그 자리에 늘 있는 친구들이다. 그냥 서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서로 생각도, 정치성향도, 취향과 삶의 모습도 다 다르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봤기 때문에 그냥 서로를 받아준다. 오죽하면 우리끼리 자주 하는 농담이 "사회에서 만났으면 너랑 친구 안 했어!"다.


오늘 못 나온 친구를 위해 다음 달 약속까지 미리 잡고 헤어지면서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왔다.


이런 우정을 가졌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린 그런 서로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나팔관친구들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마음도 배도 빵빵히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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