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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H Jan 24. 2024

점주님 근처에 편의점 하나만 더 오픈해도 될까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갑작스럽게 나에게 막중한 일이 떨어졌다. 바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점포에 '근접출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 근접출점 동의서란 250m 이내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입점될 경우 기존 점주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동의서를 반드시 받아야만 신규 오픈이 가능하다.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기존 점포는 23년 12월 기준 일 매출 70만 원~90만 원으로 저매출 점포이다. 24시간 영업하지만 밤에는 무인점포로 운영되고 있다. 점주님은 아침 6시 출근해서 저녁 8시 또는 6시에 퇴근하신다. 토요일까지 할 때도 있고 보통은 주말에 쉰다. 한 달에 가져가는 순수익금은 100만 원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 점주님께 새로운 편의점이 오픈하니 동의를 해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점주님께 동의서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점주님을 설득하기 위해 다른 내외부 상황을 정리해 봤다.


먼저 새로 오픈하려는 점포는 도보로 450m 떨어진 곳이다. 경합하는 경쟁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직선거리 250m일 뿐이고 새로 오픈한다 하더라도 우리 매출에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마트(개인슈퍼)를 운영하고 있었던 곳이다. 소매점이 없던 곳에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우리 브랜드가 하지 않더라도 다른 편의점 브랜드 3사에서 많은 권리금을 주고 편의점 오픈을 하게 할 것이다. 고로 어차피 편의점으로 바뀐다면 4개 브랜드 중 하나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와 같은 브랜드로 바뀌게 된다면 동의서를 받는 대신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경쟁점이 오픈하게 되고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와 동일 브랜드를 오픈하게 되면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로 동의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안 한다는 것은 그저 편의점으로 바뀌는 이 상황이 싫어서 이유를 막론하고 싫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동의서를 작성하고 우리 브랜드를 오픈하는 것이 기존 점주에게 무조건 이득이다.


오늘 방문해서 이 상황을 정리해서 말씀드렸다. 원래 매출 자체가 워낙 저매출 점포이기에게, 지원금을 원래 드려야 하는 것보다 110만 원 정도 추가로 드리기로 약속했다. 다행히 운 좋게 동의서를 잘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그 개인마트는 우리 '브랜드'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고로 다른 경쟁사로 오픈될 우려가 있다. 이제 반대로 점주님이 우리 브랜드가 오픈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경쟁점이 들어오면 지원금은 받지 못하고 오히려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같은 브랜드가 들어와서 지원금이라도 받는 게 훨씬 이득이다.


근접출점 동의서를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설득을 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명하게 빠른 결정을 해주신 점주님께 감사하고 이 일이 마무리 잘되었으면 좋겠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군 분투하고 있는 우리 점주님 지원금도 많이고 받고, 장사도 더 잘돼서 풍성한 정산금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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