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0년 운영했다고 장사 잘하는거 아닙니다.
사람은 각자의 입장이 있다,
10년간 편의점을 운영했던 권점주님이 이제 다른 사람에게 양도를 한다. 내가 1년 정도 지켜본 권점주님은 10년이란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점포 관리를 잘 못하신다.
인간적으로는 마음이 따듯하고 예쁘신 권점주님. 하지만 영업관리자 입장에서는 점포에 신경을 너무 안 쓰는 점주님이다.
권점주님의 발주 지도는 수월했다. 내가 도입하고자 하는 상품은 군말 없이 다 발주했다. 물론 나에 대한 신뢰보다 그렇게 해야 주는 '장려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돈을 주기 때문이다.
(장려금이란 회사에서 특정 상품 발주 수량을 채우면 돈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점포 청결관리나 진열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웃으며 청소 좀 하고 진열 좀 제대로 하라고 말해보지만
"왜 나 잘하고 있는데, 이게 최선이야"라고 말하는 순수한 권점주님을 보며 그냥 내가 직접 진열대를 만져주곤 했다.
양도양수하는 당일 권점주님께 말했다.
"점주님 상온상품은 유통기한 한 달 치는 빼고, 유제품은 유통기한 50% 남은 것은 빼겠습니다."
"응, 알겠어"
(상온상품은 과자, 젤리, 가공식품, 커피/차, 음료 등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제품을 통틀어 말한다. 유제품은 컵커피, 요구르트, 우유, 핫바, 단백질음료, 주스 등 유통기한 다소 짧은 상품을 말한다.)
재고실사가 끝났다. 로스금액이 판매가로 500만 원이 나왔다. 재고실사는 전산재고와 실재고를 일치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양도양수 시 반드시 진행하는 절차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누가 훔쳐갔을 수도 있고, 점주가 개인적으로 먹는다던지 판촉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스금액'이란 상품이 전산재고는 잡혀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상품의 금액을 말한다.)
로스가 매가로 500만 원이라는 것은, 단순 계산하면 원가로 250만~300만 원정도 된다는 셈이다. 갑자기 그 결과를 보고선 권점주님이 억울하다며 호소했다.
"나는 점포 받을 때 이전 사람이 유통기한 한 달 치 빼주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넘길 때는 빼야 하는데?" 화난 목소리로 항의했다.
"점주님 그건 10년 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제가 지금 3년간 양도양수해 올 때 한 달 치 유통기한 빼는 것은 기본 원칙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세부적인 부분은 양도양수하는 점주님끼리 상호 합의하셔서 정리하셔야 해요."라고
친절히 안내해 드렸다.
그런데 실상 유통기한 한 달 치 제외한 것만 치면 1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 말은 즉슨 권점주님이 가져가거나, 누구를 줬거나 아니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된 로스금액이 대부분이었다. 본인이 관리 똑바로 안 해서 금액이 많이 나온 건데 심술을 부리시는 걸로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약간 올라왔다.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기 때문에,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그저 원칙에 따라 설명을 드렸다. 양도하는 사람은 양도하는 데로, 양수하는 사람은 양수하는 데로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다. 모두 다 본인 입장에 유리한 데로 편의점을 양도 싶고, 또 양수하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큰 손해가 발생될 것 같으면 영업관리자에게 잘못을 막 뒤집어 씌우는 사람도 많다.
다행히 권점주님은 지금까지 내가 알아서 챙겨줬던 지원 금액을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이번 월초에 챙겨주었던 장려금도 어느 정도 수준이 안내했다. 양도양수의 기본원칙과 양도하는 사람으로서 상도덕, 점주님의 판단으로 인해 다음 사람이 생기는 손실을 이성적으로 잘 이야기했다.
그제야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이 점포를 양도받는 김점주님도 편의점에 대해 바싹하고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다. 권점주님의 관리 상태를 보며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10년간 고생하셨네요."라고 인사하며 권점주님을 보냈다.
다행히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나간 것 같다. 편의점 3개를 운영하다 모두 정리하고 떠나는 권점주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또한 나와 새로운 점포에서 다시 시작하는 김점주와도 즐겁게 잘 지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