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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H Apr 03. 2024

하루에 20만 원도 못 파는 점포 (1)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담당하고 있는 점포 중에 일 매출 20만 원도 안 나오는 점포가 있다. 아마 편의점 업계에서 하루 매출이 20만 원도 안된다는 건 상식으로 말이 안 된다고 대부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적지 않게 존재한다. 물론 다 상권의 특수성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긴 하다.


이 점포의 경우에는 식당의 샵앤샵으로 편의점이 들어와 있는 점포이다. 식당을 주로 메인으로 하고 편의점 서브로 한다. 공단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요일 휴무, 심야미영업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는 다르다.


원래 이 정도로 저 매출은 아니었다. 처음 오픈했을 때 그래도 최소 5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원까지 나온 적도 있었던 점포이다. 물론 50만 원, 70만 원이 많이 팔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 매출이 20만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점주가 의지가 전혀 없었다. 내가 이때까지 봤던 경영주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 유통기한 지난 상품을 그대로 진열해 놓는다. 그 상품을 치우려고 했는데, 점주가 이렇게 말했다.

"상품 구색은 갖추고 있어야 하니 진열대에 일단 그대로 두세요" 나는 처음에 이게 무슨 요괴한 소리지?라고 생각했다. 유통기한 지난 상품을 빼면 진열대가 비어보이니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일단 두라는 말이었다.


"점주님, 이거 식약청에서 판매하다가 걸리면 저희 영업정지 먹거나 벌금 맞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영주는 이 동네는 어차피 식약청에서 점검 나올 리 없으며, 본인이 책임질 테니 그대로 두라고 말했다. 본인이 책임지고 할 테니 그대로 두라는데, 영업관리자인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알겠다고 했다.


근데 정말 웃긴 건 손님이 유통기한 지난 상품을 들고 오면, 점주가 이거 유통기한 지났으니 다른 상품을 고르라고 이야기를 한다. 즉, 유통기한 지난 상품이 어떤 건지는 또 명확하게 알고 있어 판매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못해 기이했다.


두 번째는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았다. 먼지가 엄청 쌓여 있었다. 진열상태도 엉망이고, 가격표도 안 맞고 행사카드는 붙이지도 않았다. 매대는 텅텅 비어 가고, 담배 진열장도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상품 발주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니 팔 수 있는 상품 자체가 너무 적었다. 적다는 말보다 거의 없다고 하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세 번째는 불친절했다. 편의점이다 보니 리뷰를 작성할 일이 거의 없는데, 별점 리뷰에 불친절하다고 고객의 불만글이 있었다. 옆에서 판매하는 걸 지켜본 나도 그다지 불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사를 하기 위한 사람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점포는 한마디로 원래 매출이 적은 점포였는데, 점주의 관리상태가 미흡하여 그 없던 매출도 급락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나도 이 점포를 그냥 포기하고 형식적인 방문과 공지사항 안내만 하고 금방 점포를 떠나곤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이 편의점을 양도양수를 하게 된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컨디션인 점포를 보고 편의점은 양도양수를 받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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