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안 내고 싶습니다.
잘되면 내 덕분, 망하면 회사 잘못
짧은 시간 함께 한 점주님이 있다. 차분하고 좋은 점주님이 셨다. 직장 생활을 잘하고 계셨는데, 남편분께서 점포 상담을 해보시고 직장생활보다 더 낫다고 편의점을 권유했다. 그래서 시작한 편의점 생활!
다니던 회사를 퇴사 하시고 편의점 오픈 후 1년이 지났다. 평일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를 하고 한 달에 50만 원 정도 수익을 가져가신다.
이 말은 한 달에 버는 매출의 순수익에서 인건비, 월세를 제외한 금액이라고 보면 된다. 직장 다닐 때는 9to6로 월 300만원씩 받아가셨는데,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50만 원이라니 얼마나 지옥 같겠는가.
회사에 정식적으로 항의하여 예상매출보다 현저히 낮게 나오는 것을 명분으로 매출 위약금은 가까스로 면제를 받으셨다.
하지만 추가 배분율에 대해서는 내지 않을 명분이 없다. 점주님은 받은걸 다시 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매출 위약금은 받지 않지만, 추가배분율에 대해서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빨리 폐점을 원하시지만 본사입장에서 해주지 않으니 계속해서 폐점 날짜가 지연되고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영업관리자로서 또 마음이 아프다. 점주님 입장과 마음은 이해가나, 사실 자영업이라는데 장사가 잘될지 안될지는 결국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다.
1년 해보고 안되니 본사에 항의를 하는 모습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저럴 거면 왜 시작했나 싶기도 하다. 사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직원이지만 중립을 지키며 점주님과 회사입장을 잘 정리하려 노력했다. 열심히 운영하고 최선을 다하셨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남은 재고를 다른 점포로 열심히 옮겨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행히 오늘 추가 배분율 받은 부분에 대해서 점주님이 부담하시는 걸로 하고 폐점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 났다.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건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이기에, 여기저기 재고좀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점은 결국 문닫을 때는 자기 입장에서 피해 본것만 주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본사 탓을 할수밖에 없는것이다. 본인이 운영을 잘 못한건 생각도 안한다. 물론 이 점주님은 잘하시는 편에 속하긴 했지만 말이다.
두번째는 잘될거라고 예상되는 입지였지만 잘못된 판단이 될수도 있다는것이다. 900세대 이상의 아파트와 배후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고, 반경 300m이내 독점 편의점인데 매출이 잘나오지 않았다. 신기할 노릇이다. 결국 신규 오픈은 까봐야 아는것이다.
폐점으로 인해 실적이 완전 박살이 났다. 실적은 어쩔수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하루 빨리 이 점주님이 편의점 업계를 떠나 다른 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