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땅의 기록

계란 썩은 냄새

by 흑진주

저 멀리서 ‘타다닥’ 소리를 내며 물줄기가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내 ‘치익’ 하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흰 수증기 기둥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연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땅에서부터 분출되는 지열 활동의 강력한 에너지였다. 수증기 아래로는 회색빛 바위들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푸른빛 온천수가 투명하리만치 파란 하늘과 뒤섞여 장관을 이룬다.

로토루아의 와카레와레와 마을(Whakarewarewa Village)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이날 나는 자연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목격했다.

포후투 간헐천 (Pohutu Geyser)

마오리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은 말 그대로 끓고 있었다.

길가 곳곳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웅덩이는 부글부글 기포를 내뿜는다. 그 분출 소리와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마을 전체에 가득했다. 땅 아래 열기가 지표면까지 올라와 흐르는 물의 온도가 100도 가까이 오르기도 한다고 했다.


‘Sleeping House’라고 적힌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온기가 올라오는 바닥 위에서 잠을 자던 전통 공간이다. 그 지열로 익혔다는 찰진 옥수수 한 알을 배어 물며 땅의 온도를 직접 실감했다. 지열로 요리하고, 목욕하고, 잠을 자는 이들에게 이 거친 땅은 삶 그 자체였다.

이 마을의 생명력은 사람들의 몸짓에서도 느껴졌다.

마을 한쪽에는 거대한 전통 카누가 보관된 공간이 있고, 그 옆에서 ‘와카’ 훈련이 한창이었다. 실제 물 위가 아닌 맨땅 위에서 노를 젓는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짧고 굵은 구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일제히 한 몸처럼 움직였다.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그들의 호흡이, 땅에서 올라오는 김만큼이나 뜨겁게 느껴졌다.


이 뜨거운 물은 마을을 넘어 도시 곳곳에서 이어진다.

가번먼트 가든(Government Gardens)에 있는 레이철 스프링(Rachel Spring)의 물은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 같은 시설로 공급되어 사용된다고 했다¹. 스파는 생각보다 소박했지만, 이 물의 근원이 주는 무게감은 크게 다가왔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 방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방 안에 낯선 냄새가 스며 있었다. 달걀 썩는 듯한 냄새였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그 냄새가 내 옷에서 올라온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루 종일 입고 다녔던 옷에 밴 유황 냄새였다.


살아있는 땅의 흔적은 그렇게 한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¹ 폴리네시안 스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972년 개장 당시 레이첼 스프링(Rachel Spring)의 연질 알칼리성 온천수(soft alkaline mineral water)를 채운 대형 풀 2개를 갖추고 있었다.

"Rotorua's Geothermal History," Polynesian Spa, https://www.polynesianspa.co.nz/rotoruas-geothermal-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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