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진 도서관」
"이곳에서 대여자는 14일이라는 기한을 통해 책 주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순간', 즉 '삶의 분기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 기한 동안 책 주인이 바꾸고자 했던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온전하게 반납 가능합니다."
겹쳐진 도서관, 최세은
소설 「겹쳐진 도서관」 속 대여자들은 책 주인의 삶의 분기점 14일 전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바꿀 기회를 갖게 된다.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 과거의 선택을 바꾼다는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어린 시절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그래, 결심했어!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 이 대사를 외치면, A와 B 두 가지 선택에 따른 각기 다른 결과를 보여주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린 시절 종종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했던 시점 -주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불량식품을 고를 때- 에 나와 친구들은 저 유행어를 따라 하곤 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소소하게는 점심 메뉴부터 중요하게는 업무 방향까지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겨났다.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입 밖으로 무엇을 내뱉을 만큼 딱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선택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선택이 그릇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은 훨씬 더 간절해진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나에게도 삶의 분기점으로 돌아가게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결과가 아쉬워 바꾸고 싶은 몇몇 순간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누군가 시공간을 넘어 나에게로 와, 진짜로 나의 지난 선택을 바꿔준다고 하면 당당하게 그렇게 해달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바꿔 선택한 결정에 대해 또 다른 후회와 실망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돌아가 나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면 언제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예전 예능 프로그램처럼 나의 선택에 따른 서로 다른 결과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면, 그래서 더 나은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시 되돌아가서 그때와 반대되는 선택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기만 하니까.
하지만 두 개의 인생을 살 수는 없으니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거두고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을 바라보기로 한다.
과거에 선택하지 못한 길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나의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나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면,
그렇다면 2017년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0011로 문자를 열심히 보내기 위해..
후우. 단종만세 박지훈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