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제자리로

나의 지옥 여행기

by 검은토끼
자도 자도 잠이 쏟아져요.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서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방바닥에 누워서 보내요.



눈을 뜨고 감는 것조차 귀찮다. 벽에 기대앉는 것조차 버거워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 위에 몸을 웅크린다. 눈을 감는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문다. 내 귀를 스쳐갔던 누군가의 말이 다시 돌아와 머릿속을 크게 울린다.


분명 누워 있는데도 끊임없이 눕고 싶다. 쉬고 싶다. 힘이 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사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자도 자도 잠이 쏟아진다. 얼마나 더 자고 일어나야 괜찮아질지 알 수 없다.




어떤 일이 어그러지면 전부 '내 잘못'으로 생각하는데, 저도 알아요. 그걸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근데 어쨌든 담당자는 나니까, 자책하고 계속 곱씹게 되거든요. 이러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내가 선택한 업무를 할 때는 몰랐다. 타인에 의해 결정된 자리에 앉아 업무를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 사람이 이 자리에서 일하는 게 맞다는 확신만 커져간다.


인사이동으로 이 업무를 맡게 된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점심시간으로 기억한다. 팀장 뒤에 어색하게 서있던 내 귀로 다른 과 팀장의 목소리가 꽂혔다. 본인 밑에 있던, 외국어 능력이 출중한 그가 이 자리로 왔어야 했다는 타박. 이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걸 지적하는 말투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 사람 말대로 내가 와서는 안 되는 자리였을까? 나는 어쩌다가 이 자리에 들어와 일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 힘겹게 이어온 생각의 끝은 또다시 자기 비하로 향한다.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은 문제없다는데, 저는 일하는 도중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풍선처럼 커지던 생각이 갑자기 터지기도 하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자꾸 생겨요.



약을 복용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사람들 틈 사이에서 밥을 먹는 건 여전히 어려운 숙제. 구내식당에서 의도치 않게 눈물이 터진 이후로는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면 밥을 먹지 않게 된. 사실 무엇인가를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점심시간 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 매번 휴게실로 향한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 그 정적 속에서도 크고 작은 '생각의 풍선'들은 쉼 없이 생겨나고 부풀어 터져 사라지고 다시 또 생겨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었다. 아끼는 책을 다시 읽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고, 한적한 카페를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어본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혹시라도 모를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하지만 그때뿐, 지옥 같은 사무실에서 나는 즐거움이라는 걸 느껴서는 안 되는 사람인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아지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얼마나 잘못된 걸까. 나는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