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 자리

by Roselle

거친 나무 조각을 떼어

사포로 각을 고른다

나뭇결을 거슬렀다는 걸

손이 먼저 안다


베인 자리를 눌러

다시 면을 잡는다

까슬함이 사라질수록

손끝에 가루가 남는다


그렇게

하루가 된다


둥글어지는 모서리를 따라

오고 가는 결이 서로를 문질러

가시는 녹아버린 듯

부드러운 면에 눈이 머문다


그렇게

일상이 된다


곱게 닦아 옷을 입히듯

색을 얹어 빛을 낸다

빛을 머금은 무늬가 시간을 위로하듯

겹겹이 결에 스민다


그렇게

자리가 된다


반짝이던 광택이 무뎌지고

작은 스크래치가 그 위를 덮는다

가장 진하게 스며든 색부터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채웠던 만큼

빈 자리가 된다


감각은 허공을 더듬고

익숙한 결만이

자국으로 남아 있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https://m.newyorkilbo.com/4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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