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얼음은
모서리부터 색을 바꾼다
새벽에 얼어붙은 얇은 막
투명한 살 속에
구슬처럼 박힌 기포들이
움직이지 못한 숨으로
조용히 갇혀 있다
한 번도 밖을 만나지 못한 듯
차가운 얼굴을 띠고 있을 뿐
빛이 온다
높은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듯
빛은 얼음 위에 먼저 내린다
유리보다 얇은 서리가
미세한 가루를 일으키며
흐린 색을 선명히 밝혀낸다
따스한 기운을 품은 땅을
벌써 알아차린 듯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얼음이 흘리는 가장 얇은 고백
단단한 마음이 둥글어지고
견고한 모양은 물방울이 되어
가장자리를 따라 반짝인다
한 방울은
흙 속으로 스며들고
다른 방울은
돌 틈에 걸렸다가
끝내 흘러내려
옮겨가는 흔적마다
반짝임을 새겨내며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바닥은 조금 더 밝아지고
바람은 조금 더 얇아지고
새로이 다른 숨이 된다
그렇게
겨울은 봄이 된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http://m.newyorkilbo.com/4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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