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두는 빛

by Roselle

닫힌 철문 앞

한 평 정도

노란 빛을 깜박여본다


현관에 달린 등은

밝히는 빛이 아니라

남겨두는 빛으로


켜두면

당신이 돌아올 것 같아서

꺼두면

불안이 들어올 것 같아서


등은

매일 같은 자리였는데

손은

매번 다른 마음으로 갔다


늦는 밤마다

빛은 더 환해지고

등이 반짝일수록

집은 더 차가워졌다


세찬 바람이 문을 흔들어

등이 깜박일 때면

소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문을 들여다보는 마음


걱정은

언제나 먼저 도착했고

기다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문이

열리지 않는 밤도 있다는 걸

빛이

이길 수 없는 어둠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을 켠다


인내가 아니라

습관이 되어

문 앞을 밝히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길을 찾아 헤매던 날도

끝내 집으로 돌아와

불을 밝힌다


불은

그날 처음으로

켜져 있는 일을

미안해하지 않았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https://m.newyorkilbo.com/4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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