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의 숨

by Roselle

숨을 찌르는 달큰한 향에

가던 길을 멈칫


맑은 물에

꼬리를 담긴 꽃송이들

향을 내어주며

향을 덧입는다


얇은 잎 틈마다 빛이 번져

겹빛을 만들고

꽃잎 닮은 종이가

한 송이를 감싼다


손에 쥐면 바스락

물든 종이가

작은 말을 낸다


대사 같기도

노래 같기도 한

꽃다발의 숨


끝을 알고도

모르는 척

더 투명한 물로

향을 옮긴다


그날 밤

향은 방의 공기를 빌려

조금 더 퍼진다


매일 꼬리를 잘라낸다

살려두려는 손이

꽃의 시간을 덜어낸다


오래 머물고 싶은 대신

더 빨리 자신을 잃는다


꽃잎이 고개를 낮추고

향은 옅어지고

붙들던 잎들이

조용히 풀린다


가장 얇은 자리부터

가장 진한 빛을 머금어

마른 색이 차오른다


떠나는 것은 늘

여린 곳에서 시작되듯


줄기를 떠난 꽃잎은

종이보다 가벼운데

바닥에 닿은 꽃잎은

이상하게 무겁다


꽃은 더 이상

향으로 변명하지 않는다


남은 줄기는

유리 안에서

물만 마신다


끝까지 예의를 지키듯


향은 사라지고

잎은 말라가고

줄기는 부러지고


끝내

한 송이는

씨앗으로 남는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https://m.newyorkilbo.com/4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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