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훔친 밤

by Roselle

해를 훔친 밤

그림자를 기울여

가늘게 쏟는 빗방울


잠시의 그늘이 충분한가

눈 마주쳐 따르던 입가


비구름이 지붕이 되어

어깨 맞닿아 걸었더니

늦게 도착한 그늘이

마치 방향이 같았던 듯


빗소리는 발자국을 삼키고

빗물은 경계선을 지우고

우산 아래 머금던 설렘

우회 없이 휩쓸린 속도


쏟아지는 물결에

잠시 묶여 있었을 뿐


밀려든 파도처럼 가득 차오르다

썰물되어 버려진 해변처럼 마른다


한철 장마의 찰랑임

젖어드는 착각도 잠시


해는 다시 흩어지고

그늘은 제 몫을 챙긴다


남겨진 공기 속

희미한 한기

마르다 떨어질

낙엽의 예감


잠시 빌린 빛을

내것이라 우기던 빚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송지 작가

https://m.newyorkilbo.com/4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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