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우물

by Roselle

오래 남은 우물 하나

마르지 않는 깊이

차지 않는 울림에도


물보다 먼저

내 얼굴이 흔들릴까

들여다보지 못한 어둠


가지지 못한 갈망인지

가졌다 잃은 원망인지

가질 수 없는 허망인지


돌 하나 던지지 못한 채

차오르는 마른 목마름


습관처럼 비워내고

겹겹이 밀어 넣어둔

기억의 서랍


끝까지 닫히지 않는

얕은 밤의 바닥에서


잠이 나를 데려가면

나는 너를 하나 꺼낸다


내가 꺼낸 너는

다행히도 웃었고

너를 꺼낸 나는

불행히도 울었다


나는 다시

꿈을 뒤져

너를 꺼낸다


꺼낼수록

비어야 할 서랍이

무거워지는 숨


버리지 못한 것이

너였는지

버려지지 않는 것이

그리움이었는지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어둠은 다시 깊어진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송지 작가

https://newyorkilbo.com/4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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