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 빛을 받아
눈을 향해 번지던 유리잔
투명하다 믿었던 얇은 벽이
빛을 머금은 채
잠시 따뜻해 보이던 순간
고르지 못한 손의 미끄러운 틈에서
아주 잠깐 공중에 머물다
나를 떠났다
귀를 찌르는 소리
짧고 얇은 금이
심장에 내려앉는 울림
잔이 담아내던 축축함은
바닥 위에 천천히 번지고
흩어진 조각 사이마다
아직 마르지 못한 물기
아무것도 감추지 않던 투명이
속을 드러낸 자리에서
감추듯 흐려지는 무명
어디서 스며든 빛인지
어디로 머물던 색인지
유리조각들은
서로 다른 흔적을 물고
남아 있는 서늘한 감각
모든 것을 담아내던 몸은
무엇도 머무르지 못하게
날이 선 채로 서있어
서늘함을 따라
유리 끝에 손이 베인다
붉지도 영롱하지도 않은
짙게 번지는 어둠
그 어둠에 닿은 유리조각 하나가
자신보다 더 깊은 색을 내어
남은 빛을 밀어 올린다
상처는 흐르지도
아물지도 않은 채
가만히 열려 있다
깨진 유리가 남긴 자리에서
다시 머금을 수 있을 때까지
흩어진 조각
조각 속에 남은 잔의 기억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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