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by Roselle

처음의 만남은

닿기 전부터

조금 씁쓸한 쪽


잡히지 않는 가루처럼

닿기보다 먼저 흩어져

작은 숨에도 밀려

자리를 정하지 못한 채 떠돈다


서로를 모른 채

스치기만 반복하고

그렇게도 오래 머물다


어떤 온기를 지나


차갑던 것들이 느슨해지고

부드러운 것이 사이로 스며들고

엷은 단맛이 번지기 시작하고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한 점이

무심하게 중심을 잡으면


흩어지던 것들이 방향을 잡는다

흩날리던 것들이 모양을 갖는다


손끝의 온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던 것들이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느리게 풀어지는 쪽으로


처음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더는 멀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감싸 안은 채

조용히 굳어 간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섞였는지

놓치지 않은 순간이 다행인지


그래서인지

쉽게 꺼내지 못하고

괜히 더 바라보다가


입안에 닿기도 전에

이미 다정해지고

다 녹기도 전에

한 번 더 떠올려 본다




뉴욕일보 칼럼니스트 작가 송지

http://m.newyorkilbo.com/4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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