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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아야 Mar 11. 2021

그럴 수도 있지, 뭐.

마음의 평화를 위한 마법의 문장


첫째 아이를 급히 준비시켜 학교로 보내고, 정신없이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라,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경험 상 이렇게 조용하면 둘째가 뭔가 사고를 치고 있다는 거다. 급하게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를 찾았다. 아뿔사. 우리 애기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었구나. 요즘 로션을 꾹 누르면 나오는게 신기한지 자꾸만 장난을 치려하기에 못하게 일부러 높은 곳에 올려놨는데 어찌 꺼냈을꼬. 이미 잔뜩 나온 로션을 여기저기 묻히고, 쫀쫀한 느낌이 좋은지 손으로 잼잼을 하며 만지고 놀고 있었다.

이놈. 뭐하고 있었어, 우리애기.

나의 말에 둘째가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눈빛이다. 참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해서 급히 휴대폰을 찾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내 모습에 나도 살짝 놀랐다. 다만 혹시 로션을 먹을까봐 손과 옷에 묻은 로션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고 통통한 볼에 뽀뽀를 진하게 해주었다. 까르르 웃으며 나를 꼭 껴안아주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요즘 마음 속으로 이 말을 자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고, 모든 것들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장난칠 수도 있지, 위험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아프지만 않으면.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내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보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나에게는 마법같은 문장이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후부터는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가 되어, 큰소리가 오가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이다.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해내지 못했을 때도, 실수해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어떤 문제를 뾰족하게 바라보며 우울해하거나 자책하는 대신 그 상황을 그대로 바라보며 물 흐르듯 지나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로션이 잔뜩 묻었으면 로션을 치우고 아이의 손발을 닦아주듯, 나에게 닥친 문제도 해결하면 그뿐이다.

둘째의 저지레 덕분에 내 마법의 문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다니 세상은 어쩜 이리도 감사한 일로 가득차있을까. 언제 이만큼 커서 혼자 로션을 나오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겼는지, 내가 오늘도 하나의 우주를 잘 키워내고 있구나 뿌듯함도 밀려왔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매일 마음속으로 읊조려본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합니다.






감사일기

#육아에세이

#엄마의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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