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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감성 Nov 25. 2021

전 회사의 소식을 들은 퇴사자

'컴퍼니 신드롬' 에필로그

전 회사의 소식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다들 잘 지내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지금 하는 일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안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얽매여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점점 마지막 회사의 기억들이 잊혀갈 때쯤이었다.


메신저 알림이 울리고, "잘 있나요?"라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팀원이었다. 너무 뜻밖에 메세지에 답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확실한 건 업무 때문에 연락한 건 아니었다는 거다. 왜 확신할 수 있었는지는 연락 온 시간 때문이었다. 금요일 저녁 10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온 전 직장동료의 연락은 업무가 끝나고 술을 꽤 걸친 상태에서 왔으리란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상대는 퇴사자이기에, 뭔가 감정적인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연락했겠구나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되었다. '그냥 술김에 연락 온 게 아닐까?' '술이 깬 다음에 괜히 민망해하지 않으려나?' 이런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래서 어차피 시간도 늦었고 다음날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해놓고는 주말을 넘겨서, 월요일에 답장을 보내게 되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잘 지내시죠?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 곧 이직해서 옛날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예상치 못한 답장을 받게 되었다. 내 입사동기가 퇴사를 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적어도 1~2년은 더 다닐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이른 퇴사에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유를 물어봤다. 


"진짜요?? 언제 이직하세요?"


내 물음에 2개월 뒤에 나간다는 답변과 함께 팀장님은 이미 나가셨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나에게는 2개월 뒤에 나간다는 말보다 팀장님이 나가셨다는 부분이 더 내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이 없이도 퇴사하는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팀장님이 나갔다는 말은 팀을 이끌어갈 인력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였다. 그 고단한 회사 안에서 팀원들이 버틸 수 있게 지지해준 버팀목이 팀장님이었다. 


그리곤 "연봉협상이 잘 안 되면서 팀장 자리를 내려놓으셨거든..." 이라며 팀장님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줬다. 애초에 팀장님은 회사에 팀장을 달만한 연차의 경력자가 없어 팀장을 거의 강제로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연봉은 팀장 수준으로 올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퇴사할 때까지도 몇 개월이나 연봉협상을 미루더니 결국 예상하던 일이 일어났구나 싶었다.


전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은 팀원과 일정 관리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연히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었고, 내가 퇴사하면서 늘면 늘었지 업무가 줄었을 리 없었다. 퇴사 하기 직전에 앞으로 해야 할 일정들을 보며 남은 사람들이 고생하겠구나 생각하며 치를 떨었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일련의 사건들로 팀장님은 먼저 이직하셨고, 나에게 연락을 준 팀원도 더 이상 남을 이유가 없다며 이미 이직할 회사를 구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나와 함께 입사해서 프로젝트를 안정화시켰던 동료들은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남은 팀원들은 모두 신입뿐이었다. 


회사는 이제 더 이상 개발팀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꾸준히 투자를 해왔지만 계속 물갈이되는 사람들과 사람이 바뀌면서 매번 버려지는 미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이 반복될 뿐이었다. 개발팀은 6~7년 정도 존속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뀌었다. 사람이 역사를 기록하듯이 남아있는 소스 코드에도 여러 사람의 기록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내가 입사할 때가 개발팀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마지막 기회였다. 


퇴사하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인사치레를 뒤로 하고 생각에 잠겼다. 퇴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내가 나가면서 팀이 와해됐구나라는 생각이 서로 교차한다. 내가 퇴사하며 다른 팀원들의 퇴사를 부추긴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보다가 이내 나 한 명의 퇴사로 팀이 와해된다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퇴사로 어차피 무너질 모래성이었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지 내가 첫 퇴사자일 뿐, 괜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탈자를 예상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러하듯이 여유로운 인력보다는 1명이 N명분의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면서 결과론적이지만, 퇴사를 안 하고 회사에 남았으면 벌어졌을 지금과는 180도 다른 상황들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 회사 동료의 연락은 퇴사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로 생각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결정하고 그 미래가 어떨지는 가본 후에야 알 수 있다. 그때의 퇴사라는 선택이 옳은 결정이었구나라고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전해 들은 전 회사의 상황들은 내 선택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이었으니 너무 걱정 말라며 안도할 수 있게 했다.


여러 생각을 끝마치고 나니, 전 회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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