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한 사람과 함께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모두의 경험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친한 사람' 또는 '아는 사람'과 다시는 일 하지 않겠다고들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과 일을 함께 한 후,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친분이 발전해서 함께 일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 신뢰라는 것은 함께 해온 기간과 만남에서 오고, 함께한 기간이 길수록 더욱 가까운 사람이 된다. 신뢰가 깊을수록 상대방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경계심이라는 선을 지나 지인이 아닌 친구 목록에 상대방을 추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편안한 관계에 일이 묶여 버리면 더 이상 편안한 관계가 될 수 없었다. 일을 하면 언제나 결과가 있고, 냉정한 현실은 실패나 성공을 구분 짓게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공과 과'도 나뉜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문제 될 것이 없고 모두가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좋은 결과만 있을 수 있을까? 나쁜 결과를 얻었을 때는 자연스레 누구의 책임이 큰지 저울질해보게 된다. 누군가의 책임이 명확하더라도 몇 번 정도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조용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묵인하고 넘어가다 보면 개개인마다 한계를 넘어는 시기가 찾아오고 더 이상은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내 목표를 이루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다면, 바로 잡지 않고 계속 넘어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때부터 믿었던 신뢰가 점점 서운함, 아쉬움, 실망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이제 상대에 잘못에 더욱 감정적으로 대하게 된다. 그동안 참아왔던 나쁜 결과를 만들어냈던 상대방의 행동들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상대방도 속에 묵혀둔 얘기들을 꺼내면서 맞선다면, 서로에게 던져진 송곳 같은 말들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만들어 낸다. 이 시기를 넘어가면 '신뢰가 무너져 내린 클라이막스'로 접어드는데 평소에는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일들도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일 적으로만 대화를 나누거나 언제든지 서로가 허점을 노리고 물어뜯기 바빠진다. 친하다는 명목 때문에 서로에게 무례한 언행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으니 감정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둘 중에 하나가 사라져야 끝나는 살얼음판을 하염없이 걸을 뿐이다.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에서 나와 몇 년 동안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선배님과는 '시절 인연'이 되어버린지 꽤나 시간이 흘러버렸다. '함께 일하면 서로가 싫어질 거야'와 같은 말을 나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솔직히 나와는 관계없는 얘기로 치부했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에 일이 얽히고 성과가 목을 죄여오니, 내가 굳게 믿었던 선배님과의 신뢰도 쿠크다스처럼 쉽게 부서져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은 과정이 좋든 나쁘든 결과는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전 회사에서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야근과 주말 출근까지 불사하며, 고통 그 자체인 과정들을 지나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스스로 성공을 자축했고 덕분에 자신감도 넘쳐흘렀다. 그다음 몇 개월도 또다시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지났지만, 일정을 막바지에 두고도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예상했던 결과에 한참을 뒤떨어져 있었다.
이전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에 내 스스로가 너무 오만했고, 나를 믿고 기다리던 선배님은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도 결과가 안 나오는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앞에서 나와 선배님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며 부딪치는 상황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는 선배님의 노력으로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감정적 언행들이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계기였던 것 같다.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어도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음에는 내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지만,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다 시간에 쫓겨 결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 해졌다. 이번에도 선배님은 피드백을 빠르게 하지 않은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언행과 분위기는 전보다도 더 험악해졌다.
'우리가 친분 있는 관계가 맞나?' 싶을 정도의 언행들이 이어졌고, 나의 불찰이 크기 때문에 머리로는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가슴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의 경우 결과가 나빠지기 전에 바로 잡을 수는 있었지만, 만약에 결과가 나빴다면 더 최악의 상황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친한 사람과 일 하는 게 힘든 이유는 뜻이 맞고 마음이 맞는다고 결과까지 좋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착각은 친한 사람과 함께하면 시너지를 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친하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이 좋을 가능성은 분명히 높지만, 모든 일이 내 예상처럼 흘러가지만은 않는 것처럼 친한 사람과 일 한다고 결과까지 좋을 거라는 기대는 고이 접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