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가게에 방문했다가 벽에 선반을 다는 작업을 도와주게 되었다. 평소에 몸을 쓰는 일이라면 질색하는 나이지만, 그날따라 '놀러 온 김에 까짓 거 도와주자!'라는 생각에 흔쾌히(?) 도움 요청에 응했다. 전동드릴로 마킹해둔 곳에 틀을 맞추고 못을 박아 넣으면 된다. 아주 심플한 작업이다.
판넬로 된 벽에 못을 대고 전동드릴을 켜는 순간
'위이이이잉 탕..탕.....'
힘 없이 못이 떨어지고 만다. 몇 번의 재시도에도 계속 힘 없이 바닥을 나뒹구는 못을 보며 짜증이 밀려왔다. 손으로 못을 잡고 천천히 판넬을 뚫기로 한다. 드릴의 회전 속도뿐만 아니라 뚫고자 하는 방향으로 힘도 적절히 주고 나서야 단단한 판넬을 뚫을 수 있었다.
그런데 판넬이란 것이 겉면은 단단한 강판으로 되어있지만, 겉면 내부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소재가 들어가 있다. 강판이 있는 판넬의 10% 정도는 단단하지만, 그 부분만 뚥고나면 상대적으로 물렁한 강판 내부는 못이 굉장히 쉽게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못이 판넬을 뚫는 과정을 보며 '비전과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비전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떼보면 나에게 필요한 시간, 경험, 지식과 같은 것들이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목표를 이루다 보면 어느 순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거대한 벽은 언제든 쉽게 넘는낮은 돌담이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벽을 마주한다.
'비전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크고 작은 시련의 연속이다.' 그렇다고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까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주저하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앞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한다.
판넬의 강판 같이 조금의 어려움만 이겨내면 생각보다 쉽게 내가 원하는 곳까지 도달할지도 모른다.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계속 나아가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