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아침에 운전석에 앉아 출근을 하는데,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그런데 회사주차장에 차를 딱 대고 나니, 몸이 물먹은 스펀지처럼 축 가라앉는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날도 전전날도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에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3일을 내리 아침 5시반에 기상을 했으니 몸이 지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내 몸상태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내 몸뚱아리를 강하게 몰아치는 편에 속했다. 어릴 때부터 꽤나 상당기간 그렇게 살았다. 몇날며칠을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마칠 때까지는 강행군이었다. 아마도, 내 몸은 나같은 성향의 사람을 담는 그릇으로 태어나서 매우 사는 게 고달팠으리라 짐작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의외로 우리 스스로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내일까지 꼭 마쳐야 하는 회사 프로젝트나 중요한 시험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 몸이 수차례 위험신호를 보내도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다. 몸은 버티다 버티다 못해 결국 탈이 난다. 두통이 오든, 몸살이 나든, 감기에 걸리든 하는 식으로 결국 몸은 펑크난 타이어처럼 퍼져버린다. 앓아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자면, 그 때 우리는 알게 된다. 아, 너무 내가 몸을 혹사했구나, 하고 말이다. 사실 이 생각조차 안 드는 경우도 많다. 몸이 끙끙 앓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기도 한다. 만약 그 상황이라면, '몸'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아파서 결국 드러누워 있는 상황에서조차도 아픈 것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는 주인이라니.
이렇게 한번씩 시험공부 벼락치기나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하는 야근으로 몸살을 앓는 건 차라리 낫다. 꾸준히 조금씩 장기간 보내오는 몸의 신호를 외면하고 몸이 보내는 위험사인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사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정말 큰 병을 얻게 된다. 가령, 내가 그랬던 것처럼 충분히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해야만 하는 체질을 가졌거나 7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수준의 고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고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계속 하루 서너시간씩만 자면서 몇년을 지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몸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무너지기도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나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수 년 이상 계속 먹다 보면, 가끔 배탈이 나고 소화불량이 오는 것을 무시하고 가볍게 넘기며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새 생명을 위협하는 큰 병이 내 몸에 자리잡고 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담는 그릇이자 우리의 마음과 불가분적인 '몸'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바쁜 생활을 살아가느라 너무나 정신없고 힘든 삶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몸을 좀 더 잘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일상 속에서 좀 더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아주 어렵고 험난한 과제를 하나 완수해야 한다. 그 과제란, 바로 '멈춰서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잘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가만히 멈춰서야 한다. 이 어렵고 험난한 일을 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몸을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대해서만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몸이 보내는 생리적 신호에 둔감한 것 이상으로 우리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매우 둔감하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이 보내는 희미한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에 열두번도 더 화도 나고 온갖 감정이 다 드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어느 정도 우리는 우리 내면의 신호에 굉장히 둔감한 면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에도 수만가지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치밀어오르는 화, 우울함 등이 도대체 왜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일단 그런 내 감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냥 바쁘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든, 취업을 준비하든,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결혼을 준비하든, 아이를 키우고 있든, 노후를 준비하든 다 마찬가지다. 바쁘기 때문에, 우리의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내가 왜 지금 힘든지를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어떤 일을 계기로 나름 느낀 바가 있어,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려고 하더라도 이게 잘 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건 시간만 낸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여다봐지지 않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이유'는 오랜 시간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서 내 삶에서 자리잡은 채로 굳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가령, 내가 내 마음의 일부라고 도저히 인정하기 힘든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이 있다면, 이것을 명료하게 알아차리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스스로 수용하기 힘든 내 마음의 일부분(이라 쓰고, '도저히 내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못난 감정이나 추악한 생각'이라고 읽는다.)이 우리 삶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마음을 잡고 뒤흔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말이 좀 길었지만,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거였다. 우리는 과연 우리를 잘 이해하고 알아차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당연히 잘 이해하지, 내가 나인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 잠깐 멈춰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P.S) 혹시 아는가. 잠깐 멈춰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본 그 순간이, 우리 스스로에 대해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혹은 이해하기 싫어서 외면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지. 그래서,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훨씬 더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