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무슨 생각을 가장 먼저 하는가. 당신이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인가. 피곤함? 귀찮음? 짜증? 무력감?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즐거움? 내가 이해하는 한, 주말이 아닌 이상에야 정말 많은 사람들은 주중 아침에 일어나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일상 속에서는 분명히 그런 것 같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아마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Experience Sampling Method를 활용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외로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하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보다 오히려 일요일 아침에 멍때리며 TV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 더 불행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끄적거려보고 싶어지지만 이건 이 글의 주제와 어긋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기로 하자.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면, 우리는 일상이 참 지리멸렬하고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겹다. 그래서 다들 휴가철이 되면(혹은 명절 때도),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휴식을 즐긴다는 의미로 다들 여행을 떠난다. 우리에게 그렇게나 일상의 오늘 하루는 지겹고 피곤하고 지치는 존재다.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고자 떠나는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사랑한다. 모든 일상 속 의무와 관계에서 멀리 떨어져 새롭고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공기는 우리를 절로 즐겁게 만든다. 오늘은 어떤 곳을 둘러볼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으로 점철된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거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 가서 거닐고 있노라면, 우리와 다른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의 낯선 생활방식과 그들의 몸짓 하나, 길거리에 나있는 풀 한포기와 내가 묵는 호텔의 복도 색깔 하나까지도 어떤 의미를 가지고 내게 다가온다. 처음 보는 구조의 골목들과 새파란 하늘, 우리 동네에서는 팔지 않는 색다른 모양의 기념품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만큼 기분좋게 다가온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보내는 일상이, 하루하루가 여행지에서의 하루처럼 쾌청하고 청량감있고 즐겁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왜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걸까. 무엇이 다르길래 그런 것인가. 한 번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그 푸르른 하늘과 기분좋게 날 깨우는 쾌청한 아침공기를 일상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는걸까. 각자가 수천가지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오늘만 날이 아니다.'라는 느낌 때문이다. '아니, 학점 따야 돼서 억지로 매일 학교 나가고 재미도 재수도 없는 조별 과제 해야 되니까 그런거지.' , '취업준비하느라, 고시공부 하느라 미치겠으니 그런거지.', '꼴도 보기 싫은 상사놈들 비위 맞춰가며 부당하게 몰아주는 업무들 하느라 매일 야근하니까 그런거지.' 라고 항변하는 소리가 벌써 귓가에 맴돈다. 이해한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직장을 다니고 있고, 그 전에는 실패했지만 어찌됐든 고시생 생활을 해본 적이 있고, 더 이전인 학부생 시절에는 학사 학위 얻으려고 학점을 채웠었으니까. 수능준비 중인 중고등학생이나 자식들 키우고 장가/시집 보내야 하는 노후가 다가오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류의 고민과 현실들은 '유한함' 앞에서 작아진다. 일상은 '오늘만 날이 아니'지만,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오늘만 날'이다! 그게 근본적으로 그 하루가 가지는 고유함과 유한함의 차이를 가져오고, 이는 곧 우리가 느끼는 청량감과 행복감을 결정한다고 나는 믿는다. 일상 속 오늘은 내일도 다시 오고 다음주에도 내년에도 다시 오니까 그다지 고유하지도 유한하지도 않은거다. 그러니 지루하고 귀찮고 피곤한거다.
과거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축사를 맡은 적이 있다. 그가 그 축사에서 했던 이야기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I have looked in the mirror every morning and asked myself :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And whenever the answer has been "no" for too many days in a row, I know I need to change something.
(나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오늘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하루라면, 나는 내가 지금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여전히 원할 것인가?" 여러 날 동안 'No'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 때 나는 내가 무언가를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가 우리 일상 속 하루의 유한함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피곤하게 생각하며 얼른 지나가길 기다리는 '하루'도 우리가 여행지에서 느끼는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쉬운 '하루'처럼 고유한 것이다. 고유하다는 것은, 곧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오늘 하루 또한 오늘로 끝임을, 유한함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안타깝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신과 내가 보내는 이 하루는 오늘이 지나가는 순간 영원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유일무이한 하루다.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신체상태로, 지금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금 함께 이야길 나누고 생활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는 오늘 하루는 오늘로 끝이다. '아닌데? 내일도 다음주도 똑같을건데?'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 다음주에 보기로 한 당신의 연인이 다음주에도 오늘과 같은 마음일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나나 내 아이가 불운의 사고로 떠난다면? 갑자기 큰 사건에 휘말려서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로 흘러갈수도 있고, 갑자기 어지러워서 병원에 갔더니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을수도 있다. 갑자기 해고를 당할수도 있고, 둘도 없던 내 친구가 사기를 당해서 잠적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 나비효과를 본적이 있다면, 아주 사소한 하나의 판단과 행동이 달라짐으로써 모든 것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지 알 것이다. 나와 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은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과 선택을 하고, 내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켜서 다시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어간다. 도대체 무엇이 오늘과 내일이 똑같을거라고 당신을 장담하게 하는가. 오늘 하루도 '여행지에서 우리가 맞는 하루'처럼 유한하고 고유하다. 유한함은 곧 죽음이다. 극단적으로 나나 내 사랑하는 배우자, 가족 중 누군가가 당장 내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면, 그와 시덥잖은 통화를 하고 아주 당연하게 내 곁에 있을 것처럼 느끼며 후딱 용건만 전하고 전화를 끊을 수 있는 하루는 두 번 다시 내게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함은, 인생의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업신여기고 피곤하다고 느끼는 오늘 하루도 어쩌면 여행지에서 우리가 항상 아쉬워하고 또 맞이하길 갈망하는 그 하루와 다름없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소중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일상 속 하루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안정감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팔아 금전적인 소득을 얻고, 이러한 생계수단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는 등의 과정은 말할 수 없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것이다, 오늘 하루는. 우리의 오늘 하루는 오늘로 끝이다. 두 번 다시는 영영 다시 우리가 밟지 못할,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 발디딜 수 있는 미지의 여행지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조금은 다르게 바라봐주길 바란다. 오늘이 그렇게 당신에게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좋을 대상에 불과한 녀석인지. '나중에 다 지나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오늘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 되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언제나 내일이나 내년이 아닌 '오늘 하루'뿐이다. 있을 때 잘하자. 다 지나가고 후회하지 말고.
P.S) ... 뭐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