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세 가지 꿀팁

by 대장장이 휴

그럴 때 있지 않나.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괜히 우울하거나 피로감에 젖을 때. 그냥 특별한 이유없이 무력하거나 화가 날 때. 기분이 나쁘고 짜증이 나긴 하는데 이게 왜 그런건지 뭔지 잘 모르겠을 때. 나는 종종 그럴 때가 있었다. 아니, '있었다'라고 하기에는 요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그럴 때면 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보다는 기분을 전환해줄 유튜브 영상이나 친구를 찾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지만, 친구를 다 만나고 집에 돌아올 때나 유튜브 영상을 실컷 보다가 해가 졌을 때 유튜브를 끄고 나면 우리는 다시 그 이유모를 감정에 다시 함몰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삶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우리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왕도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을 받는 일이 부담스럽거나 힘든) 많은 사람들이 자신 스스로에게 '상담가'가 되어주길 원한다. 그게 결국은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수용해주는 길이자 삶 전반에 걸쳐 자기자신과 친구가 되어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길이라 믿는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를 상담도 해주고 이해도 해주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잘 알아가는 주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아직 수련생 신분이지만, 그래도 꽤 여러명의 내담자들을 만나 개인상담을 진행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내담자들이 상담시간에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만 상담자를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서, 그 누구에게도 내 진짜 감정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서 말을 못하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구분하고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당장 나부터도 그렇다.


우리가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내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 내 일부라고 받아들여지기엔 너무 용납하기 힘든 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도대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적으로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내가 화를 내지 않는 평온한 사람이라는 신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사소한 일에 대해 가지는 분노를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구체적인 감정에 대한 인지적인 이해와 구분 없이는 그 감정을 느끼더라도 이걸 표현할 언어적인 관념을 떠올리지 못할수도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단어로 열거해보라고 하면 그다지 많이 쓰지 못한다. 즉,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풍부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음에도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기 위한 꿀팁을 세 가지 정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첫번째로 우리가 우리의 기분을 파악하 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몸'을 관찰하는 것이다. 세계 3대 영적 스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크하르트 톨레는 자신의 저서 'the power of now'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정은 마음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잘 이해하거나 명료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몸을 관찰해봄으로써 우리의 감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 가령 우리가 분명 편안하게 집에서 쇼파에 누워 쉬고 있는데, 무언가 내가 걱정거리가 있어 신경이 쓰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내 기분이 어떤지 아리까리하다면 몸을 관찰해보면 좋다. 우리 몸이 어깨나 목 등 어딘가가 묘하게 긴장되어 있거나, 심장이 약간 빨리 뛰고 있거나 몸에 열이 오르고 있다면 이는 우리가 무언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 방법은, 감정의 목록을 쭉 열거해놓고 이 중에서 가장 내 감정에 가까운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예상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실제로 내가 상담할 때 내담자에게 종종 제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의외로 우리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감정 대신 '기분이 나쁘다', '불쾌하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내 감정을 잘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기분이 나쁜 것은 말 그대로 'Not Good'이다. 기분이 좋다,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 우울하고, 무력하고, 자랑스럽고, 두렵고, 실망스럽고, 수치스럽고, 비통하고, 초조하고, 만족스러운 등등의 수백가지 감정을 'Good or not Good'으로 뭉뚱그린 표현에 불과하다. 불쾌하다도 마찬가지로 'Not good'이다. 이런 표현들은 사실 우리의 명료한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로 부족할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감정의 목록을 쭉 펼쳐놓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감정을 명료하게 자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 볼 때 주관식보다는 객관식이 더 풀기가 용이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세번째 방법은, 내 감정과 관련될 법한 것들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때 글로 쓰는 내용은 내 감정이 아니다. 감정을 잘 알아차렸으면 사실 그걸로 족한 것이지만 그게 잘 안 될때는 당연히 감정이 글로 써내려가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 감정과 연관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5요인 모델'이라고 부르는 이론적 모델이 있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 모델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상황, 사고, 행동, 신체반응과 모두 유기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감정과 연관된 이 5가지 요인들, 상황과 신체반응, 행동, 사고(생각)를 모두 종이에 있는대로 쭉 써보도록 하자.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글로 쓴다는 것은 막연하게 머리로 떠올릴 때보다 좀 더 명료하게 세상밖으로 드러낸 후 내가 한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러한 요인들을 써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유추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감정의 강도에 따라 감정 간 서열을 매기고 각 감정에 대한 점수를 매겨보는 방법,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는 방법 등 감정을 파악할 때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무수히 존재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우선은 위에 언급한 세가지 중 마음에 드는 방법을 한 번 써보길 권한다.


P.S) 개인적으로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타인과 세상에게 '있는 그대로의 우리 본 모습'을 존중받고 수용받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이전에 우리 스스로에게조차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수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줄 수 있을까. 각자가 다 이런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슬픈 현실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다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해 우리 스스로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습해보자. 분명히 어느 순간 숨통이 확 트이는 듯한 청량감이 짧게라도 당신에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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