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불식 간에 일어나는 무의식적 사고과정을 알아차려라
우리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어떠한 주요 원인들 때문에,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https://brunch.co.kr/@realrestkjh/15 참고) 그래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하려면 이 두 가지 방해물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무의식적으로 기저에 깔리는 우리의 사고(혹은 사고과정)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스스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자동적으로 은연 중에 하게 되는 '자동적 사고'이다.(이 자동적 사고가 '식역하'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해두길 바란다. 혹시 식역하사고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https://brunch.co.kr/@realrestkjh/15 참고)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우리가 사용하는 대인관계 방식, 느끼는 감정 등은 결국 모두 우리가 무의식 중에 자동적으로 하는 사고과정을 바탕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의 사고와 행동, 신체반응, 감정 등은 서로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학교나 회사, 집에 가기 위해 길을 걷고 있는데, 내 앞으로 내 친구가 걸어온다. 나는 반갑게 그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불러대며 활짝 웃은 채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무 대꾸도 없이 나를 지나쳐서 자기가 가던 길을 휙 가버린다. 이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은가. 그에 수반하는 신체반응은 어떠할까.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될 감정은 무시당했다는 노여움이나 내가 저 친구에게 무언가 잘못해서 저러는건가 하는 걱정이나 당혹스러움, 무안하고 민망한 기분 등의 기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가 나서 왜 쌩까냐고 그 친구를 다시 크게 부르거나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당신도 그 친구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가던 길을 갈 수도 있다. 한두가지 경우의 수만 예로 들었지 사실 우리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이나 반응,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떠올릴 생각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것들은 무의식 중에 깔린 우리의 자동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저 친구에게는 나의 목소리를 못 들을 특별한 사정은 없을 거라는 생각, 저런 반응에 저 친구의 의도가 명확히 실렸을 것이라는 생각, 더 나아가 원래 저 친구가 날 좀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는 생각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그 친구가 날 지나치던 그 때 자신의 아이나 부모님이 크게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라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인사를 건넬 경황이 없는 것이었다면? 눈이 굉장히 심한 근시인데 렌즈를 잃어버려서 날 알아보지 못했거나, 알고 보니 아주 작은 미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아주 크게 음악을 듣고 있던 거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를 알게 된다면 강한 부정적인 감정까지는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반응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기저에서 일어난 어떠한 자동적인 사고 때문이다.
주요 심리치료이론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이렇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무의식 중에 하는 사고를 '자동적 사고'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적 사고를 검토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적인 것들은 수정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자동적 사고를 검토해보는 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된다. 자동적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자동적 사고가 우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그것을 잘 인지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자동적 사고를 하는 주체이자 결과이기도 한 우리 스스로에 대해 명료하게 알기가 어렵다.
조금 전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나 자극이 우리에게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해 순식간에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도록 다른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볼까. 만약 당신이 최근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이로 인한 불황 등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짤렸다고 상상해보자. 어쩌면 당신은 '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첫 구조조정 타이밍에 해고당하다니.. 역시 나는 남들에 비해 뒤처지고 쓸모가 없었던 직원이었던 거였구나. 나는 노답인생이야..' 라며 한없이 우울에 빠져 방에 틀어박혀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음.. 뭐 당장 굉장히 곤란하긴 한데, 굶어 죽지는 않겠지 뭐. 100세 시대라는데 안그래도 일도 지루하고 보람도 없던 참에 이번 해고를 계기로 이직 준비나 한 번 해볼까...' 라며 약간의 들뜬 기대와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아니라면, '지금 시국이 이래서 다 힘든데 그렇다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날 해고해? 지깟 게 뭐라고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날 해고한거지?' 라고 격분하며 노여움을 느끼고 폭발할지도 모른다.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기저에 깔린 우리의 생각, 즉 '자동적 사고' 때문이다. 이 예시에서 각 반응들은 평소에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남들보다 못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사람들이 남에게 얼마나 부당하게 착취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상황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 무의식에 깔린 사고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달라진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백번씩 일어나는 이런 반응 하나하나의 기저에 깔린 자동적 사고를 우리는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런 자동적 사고의 방식과 패턴이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동적 사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일단 자동적 사고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인지하지도 못하는데 검토든 이해든 가능할 리가 없으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무의식 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를 자각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방법은 하나하나 향후 이야기할 일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을 하나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자동적 사고를 파악하는 방법 중 '사고기록지 작성법'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는 인지행동치료와 통합적 심리치료 접근에서 널리 쓰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말 그대로 내 (자동적)사고의 과정을 글로 써가며 추적(?!)해나가는 것이다.
자동적 사고는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것이다 보니 사실 그 때 그 때 자각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이는 다양한 반응의 기저에 깔린 사고과정이나 어떤 특정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나 자신의 패턴 등을 알아차리기 위해, 우리는 사고기록지를 작성해볼 수 있다. 사고기록지에는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여러가지 요소들을 나누어 적으면 되는데, 우선 우리에게 일어난 상황이나 자극을 먼저 적고 이에 대해 우리가 느낀 감정이나 행동, 신체반응 등을 적는다.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같은 상황이나 자극에 대해 우리는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고 다른 감정을 느낀다. 이는 우리의 '자동적 사고'가 각기 다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과 우리의 반응 사이에서 우리 반응을 결정하는 무의식적 과정을 자각하기 위한 일이므로, 우리는 상황이나 자극, 그리고 우리의 감정적, 행동적 반응 등을 적은 후 세번째 단계에서 우리의 '자동적 사고', 즉 은연 중에 했던 생각을 적어본다. 다만, 이는 결코 금방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특히 처음에는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그 반응을 유도하는 어떤 사고가 있는지조차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그래서 그럴 때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가장 큰 감정 하나만을 선택해서 그 감정을 느끼게 한 모든 생각들을 다 나열한 후, 그 중에 가장 중요도가 높고 감정반응을 일으킨 역할이 큰 것 같은 사고를 하나 정도 꼽는 방식으로 사고기록지 작성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자동적 사고들을 하나씩 파악해나가다 보면, 우리는 조금씩 우리의 자동적 사고를 알아차리는 일에 능숙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나면, 우리는 이러한 자동적 사고를 유발하는 좀 더 큰 차원에서의 사고, 즉 자동적 사고보다 더 깊은 차원의 무의식에서 자동적 사고의 근간이 되어주는 신념을 발견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자동적 사고보다도 더욱 깊은 무의식 속의 생각과 신념을 찾아내려간다는 의미를 담아 이러한 방법을 '하향화살표기법'이라고 말한다. 자세한 방법을 이 글에서 더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동적 사고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면 그 기저에 더 깊숙이 깔린 우리의 신념까지도 자각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핵심신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무의식 중에 우리 스스로나 타인, 세상에 대해 가지는 확고하고 단단한 신념까지 자각함으로써 우리를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이 곧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고 끊임없이 우리가 어떠한 특정 패턴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영향을 주고 있을테니 이는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P.S)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 중 첫번째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는데, 이는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과정인 '자동적 사고'를 알아차리는 것과는 맥락 상 차이가 있다. 전자도 무의식으로 억압되거나 신체증상, 정서, 행동적 반응 등으로 전환되어 표출되는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후자 또한 유사하게 행동이나 감정적 반응, 신체감각 등의 증상으로 표출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에서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인지되지 않는다는 맥락이 있다. 하지만 후자의 맥락은 조금 다르다. 자동적 사고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고 없고, 즉 수용가능한지의 문제에 따라 인지되지 않는 것에 앞서 '자각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자가 외면이나 회피, 부인(Denial)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후자는 그러한 우리의 반응을 떠나서 무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두 가지 범주에 중첩되어 속하는 경우가 많고 한 쪽이 한 쪽의 원인이나 결과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처음에 이해를 할 때는 두 가지의 범주를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