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우리 자신이 본인 스스로에게 그 누군가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by 대장장이 휴

나는 앞전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첫번째 : https://brunch.co.kr/@realrestkjh/16 참고, 두번째 : https://brunch.co.kr/@realrestkjh/18 참고). 평가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것과 부지불식 간에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를 알아차리는 것, 이 두 가지 방법이 우리 스스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라 쓰고 강요라 읽는다.)받는 삶이었다. 내가 나를 돌아보기에는 어딘가 부산스럽고 바쁜 삶이었다. 그런 삶을 걸어오면서 어떻게 내가 날 망각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눈치 볼 것도 많았고, 앞만 쳐다봐야 한다고 믿었던 날들도 그렇게나 많았는데. 우리네 삶은 제각기 고유한 색깔과 다른 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유사해서, 엇비슷한 모양의 상처가 그리 다르지 않은 곳에 흉터로 새겨져 있기도 하다. 나는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우리로서 수용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조건없이 스스로를 수용하고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사실 이를 함께 고민하고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자기상담가'라는 이야기를 맨 앞에 걸고서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자기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갈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고 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관계, 내게 진실해줄 수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다가 꽤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많고, 다분히 아싸 기질까지 가지고 있는 내 입장에서 그러한 생각(관계가 스스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은 꽤나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이었음을 고백한다. 애당초 두루 두루 수많은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도 못하거니와, 진심을 다 터놓는 관계에서 오는 행복보다 그 관계가 틀어질 때 오는 상처가 더 두려워서 차라리 회피하길 선호했던 나는, 꼭 '누군가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고 싶어했다. 그래야 항상 혼자이곤 하는 내가 덜 초라하지 않겠는가, 하는 얄팍한 노림수와 함께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실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자랑같지만, 아니 실제로 자랑인 셈인데. 나는, 나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가족들과 삶을 살아가는 기적같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과의 관계는, 서로가 불완전하기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혼자서 나를 이해해나가는 힘을 가지게 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그래서 내 모든 다른 관계에 대한 회피와 도망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이따금씩 새겨온 상처의 흔적들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스스로를 내 힘으로 조금씩 이해해나갈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부단한 노력과 고민과 근성의 결과라고 믿었지만, 돌이켜볼수록 그게 가능했던 바탕에는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가족과의 관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관계가 없으면 결국 진정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을 해낼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인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런 진심이 담긴 관계를 가지는 축복을 받는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계를 얻는 기적같은 축복이 없더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를 공유하고 싶어서 나는 글을 써오고 있다. 다만, 내가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해갈 수 있도록 내게 울타리가 되어줄 (타인과의) 관계가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매정하고 서글픈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에 대해 잘 이해해야만 우리가 왜 스스로에게 '자기상담가'가 되어주어야 하는지, 과연 나 스스로에게 내가 어떤 상담을 해주어야 하고 어떤 관계를 제공해주어야 하는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여정 속에서 혹시 그런 진솔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누군가와 만들어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찰나라도 든다면, 당신이 두려움과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 손을 내미는 도전을 해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기상담가'가 되어줄 때, 그 관계의 상대가 나 자신이라고 해서 쉽게 단정짓거나 함부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누군가와의 관계도 없이' 해야 하는 아주 어렵고 힘든 일임을 항상 가슴에 새기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노력하고 진심을 다 쏟아서, 삶을 사는 동안 정말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는 둘도 없는 신뢰할 수 있고 진솔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말이 길었지만 결국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관계를 타인과의 관계로 경험하기가 너무나 힘드므로 우리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서라도 저런 관계를 경험하고 우리에게 그런 관계를 제공해주자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친구가 되어주고, 그런 신뢰로운 관계를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그 신뢰로운 관계는 우리를 평가나 판단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관계인 동시에,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자동적 사고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솔직하게 느낀 바를 공유해주는 관계이다.


읽으면서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는 장담컨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제공해주기엔 굉장히 많이 아주 정말 심히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일 것이다. 물론 나는 앞으로 이 어려운 과제를 해나갈 수 있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것이고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과제라고도 생각하지만, 해낼 수 있다고 해서 그 과정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해낼 수 있을 것이나, 절대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와 신뢰롭고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사실 이러한 관계를 제공하는 일을 오랜 훈련을 통해 업으로 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상담가'이다. 그래서 상담관계는 앞서 이야기한 그런 것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관계이고, 그런 관계여야만 한다. 인간은 자신의 그 어떤 진심도 수용받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것만으로도, 진짜 자신을 자각하게 되고 진짜 자신이 되어갈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관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그런 관계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도 없고, 제공받지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상담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을 받는다. 물론 그 훈련이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그런 관계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성장한다는 방향성을 가진 커리큘럼을 거친다. 그래서 나는 사실 상담을 꾸준히 받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건이 된다면 용기내어 한 번쯤 상담을 경험해보길 권하곤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의외로 나약하고, 생각보다 홀로 모든 것을 이겨내기가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람 인(人)이 두 사람이 서로 기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일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너무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리는 일면 누구나 누군가가 필요한 가녀린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P.S) 잘 찾아보면,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고도 한번 정도 상담을 경험해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인프라가 마련된 곳들이 있다. 여기서 자세히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관심이 간다면 잘 찾아보고 한 번쯤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분명 스스로에게 자기상담가가 되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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