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얻는 일이니 좋을 수밖에
자기분석은 현실적으로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그것을 완성한다면 아마 가장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나의 가장 중요한 환자는 나 자신이다.
자기분석의 필요성은 아주 분명하다. ...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분석해야 한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박민철. (2006). 프로이트의 삶과 업적, (한국정신분석학회 프로이트 탄생 150주년 기념 심포지움 발표자료에서 발췌)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가 살아 생전에 한 말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장장 4년 간에 걸쳐 자기분석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은 그의 자기분석과 함께 잉태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이는 분석심리학으로 유명한 칼 융의 분석심리학 또한 그 양상이 비슷하다. 융은 자신의 심리적 혼란에서 오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약 3년에 달하는 시간을 자기분석을 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이 시간은 융의 분석심리학이 지니는 독특한 관점과 차별성을 잉태하게 해준 기간이라고 평가받곤 한다.
솔직히 나는 위에서 언급한 대가들의 학문적 성취에 대한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잠깐 빌려온 '삶'이라는 것을 반납할 때 후회가 덜 남도록 삶을 행복하게 누리다가 떠날 수 있을지이다. 나의 관심사는 언제나, 오직 그것 뿐이다. 내가 저들의 이야기를 발췌해서 언급하는 이유는, 프로이트나 융이라는 나름 한 시대의 획을 그었던 인물들조차도 자기분석의 시간이(그것도 3, 4년씩이나) 필요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평생을 고민한 학자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상담해주었던 의사에게도, 자기분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얻는 데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 저들이 평생을 인간에 대해 고민했어도 결국 자기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듯이, 우리도 그들처럼 자기상담가가 되어 우리 스스로를 상담해주고 이해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처럼 길이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드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자기상담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wo es war, soll ich werden
(원초아가 있는 곳에 자아가 있게 하라.)
-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의 무의식에까지 의식의 빛을 비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위의 저 말에서, 원초아는 쉽게 말하면 무의식에 존재하는 소위 '본능적 욕구'이고, 자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우리의 욕구와 현실, 양심 간의 긴장과 갈등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의식과정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저 말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의식까지도 잘 의식하고 알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진짜 우리(무의식까지 포함한 전체로서의 우리)를 잘 알도록 하자는 말이다. 너무 좋은 이야기다. 내가 자기상담가가 되는 것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도, 결국에는 저것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편으로서의 자기상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일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만큼 매우 큰 변화이고 중요한 깨달음이다. 여기서 나는 단지 저 과정을 자기상담가가 되어 혼자 헤쳐나가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상담을 받으러 가기 힘든 이유가 꽤나 많기 때문이다.(https://brunch.co.kr/@realrestkjh/21 참고)
자기상담가가 되면 좋은 두 가지
자기상담가가 되면,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좋은 일이 생긴다. 첫째,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둘째, 우리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우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런 기회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어주는 관계를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우리자신을 잘 이해하고 수용해나갈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스스로 도와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조금씩 진정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발견해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왜곡되거나 인지되지 않는 내 모습까지도 잘 알아차리게 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조금씩 변화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삶에서 무엇에 몰입하고 어떻게 현존함으로써 행복하게 매순간을 채울 수 있을지 그 실마리와 방법을 익혀나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매 순간 행복하게 삶을 누리는 법을 체화해서 실현해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잠깐 빌려온 '삶'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섰을 때, 조금은 더 편안하게 삶을 반납하고 떠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알아가는 자기상담가가 됨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진솔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제공해줄 수 있기 시작하면,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관계를 제공해줄 수 있게 된다. 우리와 함께 삶을 살아나가는 부모님,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구, 동료들이 더 행복하게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우리가 우리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지점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점은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악의를 가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만큼, 딱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미래의 배우자나 자식, 지금 존재하는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는 '우리가 우리자신을 잘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P.S) 나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도 다 괜찮아질 것이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에는 솔직히 크게 감흥이 없다. 나는 분명 우리가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삶에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꼭 노력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No이지만,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반드시 우리가 바라는대로 '행복'해져야만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에 대한 내 솔직한 대답도 똑같이 No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지만, 받아들인 후에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도저히 숨쉴 힘도 없고 이제는 울 힘도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노력하라는 말만큼 잔인한 말도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덩이 속에서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분명히 진심이 담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에게 손을 건네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만 노력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정말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우리가 우리에게 먼저 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어있다면, 우리 주위의 소중한 누군가가 손길이 필요할 때 그에게 손을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