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리가 자기자신을 이해할 때 하는 한 가지 오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일은 제대로 된 한방으로 끝낼 수 없다

by 대장장이 휴

앞으로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기상담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갈 것이다. 나는 그 방법에 대해 꾸준히 상세하게 글을 적어나갈 생각이고, 이러한 내용들은 분명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이를 근간으로 매순간을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한가지 간단한 사항, 아니 한 가지 오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


많은, 아니 많지는 않지만 내게 상담을 받으러 왔던 대다수의 내담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상담가들은 슈퍼바이저(상담사례에 대해 피드백과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일부 1급 상담심리사를 말한다.)로부터 슈퍼비전(내 상담사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다른 많은 상담사들과 함께 그룹으로 슈퍼비전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공개사례발표를 통해 둘 이상의 슈퍼바이저를 초빙하여 여러 상담가들 앞에서 자신의 사례에 대해 발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룹 슈퍼비전이나 공개사례발표에서 다른 상담가들의 수많은 사례들에 대해 듣다 보면, 다른 상담가들을 찾았던 수많은 내담자들 또한 내게 왔던 내담자들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나 반응들을 종종 보이곤 하는 것 같다. '얼른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되고 싶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라는 말에 깔린 전제


이 말에는 어떤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제란 '나'라는 존재가 어떠한 고정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모습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는 변하지 않는 어떠한 나의 진짜 모습을 내가 한 번 알고 나면, 그걸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안다는 과제가 끝날 것이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는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단 우리는 우리 기대만큼 그렇게 특정한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물론 우리의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은 상당히 삶 전반에 걸쳐 안정적으로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런 요소만을 별도로 검사하는 검사(TCI; 기질 및 성격검사 등)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느끼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은 절대 고정적이지 않다. '우리자신'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은 마치 국사과목을 공부하거나 물리과목을 공부하는 것처럼, 한 번 제대로 빡쎄게 공부해서 이해하고 나면 그 후 그 일은 끝내버리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다. 아니지, 사실 국사교과서나 물리학 전공서적에 적힌 내용도 계속 바뀌니까 국사나 물리 공부도 한번에 빡 해내고 나면 치워버려도 되는 일은 아니겠다. 하물며 저런 정립된 과거의 이론도 그럴진대, 우리 자신이라는 존재는 저런 것과 비할 수 없을만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니, 더 말할것도 없다.


우리는 아주 섬세한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우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반문할수도 있다. '아니, 나의 성격이 이러이러한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과연 끊임없이 계속 변하는 게 맞나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면 쭉 내향적인 것 아닌가요?'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은 그렇게 거시적인 맥락에서, 전체적인 흐름의 차원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겪는 특정 정서나 이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나 고통, 우리의 반응방식과 진정한 우리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따른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주 섬세하고 세밀하게 우리 스스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나의 성격은 이러이러한 것 같아.' 수준의 이해는 사실 성인이 되면 큰 노력과 시행착오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이브한 정도의 이해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자기이해는 우리가 삶을 매순간 행복하게 누리다가 삶을 반납하도록 돕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절대 안 변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의 모습도 (변하기 힘들긴 하지만) 분명히 변한다. 누가 감히 우리자신의 어떤 측면이 절대불변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심지어 어떤 일관성있는 연구들에 의해 어느 정도 (절대 변하지 않는 기질적 요소라고)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요소라고 할지라도, 절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그 요소가 불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단순히 우리의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거시적 차원의 경향성만을 자각하는 수준에서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얻는 데 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 이 두 가지 사실을 우리는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자기이해는 결국 끊임없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자신을 이해하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 우리가 얻게될 것은 매순간 삶을 행복하게 누리는 일이고, 이를 위한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은 한 번 제대로 빡쎄게 돌리고 끝내면 되는 중간고사 시험공부 같은 류의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스스로를 가능하면 매순간 매우 선명하게 이해하고 자각하는 방법을 익혀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과정'으로서의 자기이해를 익혀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삶을 살아가는 내내 활용할 수 있게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항상 개방적인 마음과 느긋한 태도로 우리 자신과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즐기며 향유해나가는 법을 조금씩 체화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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