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신을 이해할 때는 무얼 먼저 인지하고 체크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가 자기상담을 통해 자기자신을 이해해나갈 때, 과연 어떤 부분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까.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글에 걸쳐 이야기했으므로,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기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일반적으로 조금 더 효과적인 방식이 존재한다. 물론 여기서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은 각자에게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내게'도' 효과적인 부분과 이례적으로 내게'는' 효과적인 부분을 잘 구분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나는 보편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는 부분, 구체적으로는 어떤 순서로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해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미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변화
만약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해보자. 그 상황에 처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우리 내면에서는 특정한 생각이나 사고과정이 일어날 것이고, 어떠한 감정도 일어날 것이다.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할 것이고, 특정 신체반응 또한 일어날 수 있다. 가령, 우리가 갑자기 연인이나 배우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면, 우리는 온갖 생각들이 머릿 속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왜 이별을 통보한 것일까. 저 통보는 진심인걸까, 아니면 다른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과격한 전달방식의 하나인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걸까. 앞으로 나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내 가족과 친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까. 난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우리를 괴롭히게 될까 등등. 뿐만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 일어나기도 전에, 강렬한 감정이 우리에게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배신감을 느낄수도 있고, 엄청난 좌절과 슬픔에 압도당할수도 있다. 삶이 더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무기력감과 염세적인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떻게든 복수하겠다는 분노를 느끼거나, 너 없이도 더 잘 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길수도 있다. 버려졌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수도 있고, 갑자기 느껴지는 외로움과 앞으로 닥칠 고독에 두려움을 느낄수도 있다. 이런 저런 생각과 감정들로 우리의 심장은 미친듯이 요동칠수도 있고, 눈물이 쉼없이 흐를수도 있다. 손이 떨릴수도 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수도 있겠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실신할지도 모른다. 극심한 분노에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가빠질수도 있다. 당장 상대에게 전화를 걸거나 그 사람의 집앞에서 밤을 새며 기다릴지도 모른다.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유리컵을 부숴버릴수도 있고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를수도 있다. 어쩌면 멍하니 초점잃은 눈동자로 하루종일 천장만 쳐다보며 누워있을지도 모르고, 애써 그 슬픔을 잊으려고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술잔을 기울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훌쩍 기차를 타고 바닷가로 떠날지도 모르고. 이렇게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닥치면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 내면에서도, 그리고 외면에서도. 사실 이런 다양한 방면에서의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은 그 내용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루에도 수십가지, 아니 수백가지 형태로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 정도가 위의 예시처럼 심각하지 않으면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갈 뿐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사실 나는 내 체중이 내 허벅지를 누르는 압박감과 어제 늦게 자서 몽롱한 나의 의식상태, 그리고 가슴 한 켠에서 자꾸 내가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걱정거리 하나가 내 의식으로 올라왔다가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할 수 있다. 매순간 우리에게는 온갖 생각과 감정 따위가 일어나고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이해해나가기 위해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를 알아나가면 좋을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살펴보면 좋을까.
초점 두는 순서를 논의할 때 중요한 네가지 요소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5요소를 꼽는다. 상황, 사고(생각), 감정, 신체반응, 행동 이렇게 다섯가지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현실치료에서 전행동(Total Behavior)이라고 부르는 것의 네 가지 요소('상황'을 제외한다면)이기도 하고, 사실 특정 이론의 관점이 꼭 아니더라도, 우리의 다각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나름 보편적으로 손꼽히는 요소들이다. 상황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기도 하거니와, 상황을 바꾸는 일은 '우리를 이해하는 일'과는 약간은 다른 차원의 요소이므로 배제하려고 한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외부)'상황'이 아니라, 외부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식'이다. 모든 초점은 우리 자신, 우리 내부로 맞추고자 한다는 맥락에서 외부요소인 '상황'은 잠시 미뤄두도록 하자. 그러면 네 가지가 남는다. 사고(생각), 신체반응, 감정, 행동. 이 네 가지 요소는 서로 상호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에는 특별히 정립된 위계순서는 없다. 과거 종교나 문화들은 오랫동안 육체를 정신보다 낮은 차원의 것으로 여기며 이를 바탕으로 육체에 사로잡히는 것을 금기시하며 금욕주의를 지향해왔다. 즉, 정신이 육체보다 더 고귀하고 고차원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문화권에서는 이와 유사한 구조로, 이성적 사고(생각)를 감정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못난 일이고, 감정과 생각이 상충할 때 항상 우리의 이성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특정 시기에 존재해온 문화양식이자 편견일뿐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실제로 문화권과 시대에 따라 이러한 흐름은 양 극단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만약 당신이 개인적으로 방금 언급한 식의 위계적 가치관을 고수하더라도, '우리가 우리자신을 이해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위계없이 모두 대등한 것으로 네 가지 요소(사고, 신체반응, 감정, 행동)를 대해주길 부탁한다.
심각도, 무게감에 따른 관점
심각도, 무게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다. 좀 더 우리에게 묵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생각해보자. 어떠한 요소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을까. 심각도나 무게감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마도 신체반응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네 가지 요소 차원에서 모두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크리티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신체반응이다. 과호흡이 와서 가라앉지 않는다든지, 계속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든지, 극심한 두통이 온다든지, 심장이 터질 것 같이 계속 두근거린다든지, 환시나 환청이 일어난다든지, 어지럽다든지 하는 식의 신체반응은 사실 어떠한 심리적 충격이나 고통이 신체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거나 최소한 지대한 영향을 미쳐 생물학적으로도 특정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가장 치명적이고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 다음으로는 아마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떠한 생각이나 감정이 결국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은 신체반응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이나 감정 수준에서는 도저히 그칠 수 없음을 암시하는 상황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감정이다. 어떠한 부정적 생각이나 내게 위협적인 생각을 하고 인지를 하더라도, 우리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면(혹은 진심으로 그 상황을 수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생각이 우리의 감정을 강하게 뒤흔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대개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이나 심리적 고통이 큰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러한 통제력을 가지기가 정말 힘들지만 말이다. 그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덜 무게감 있고 덜 심각한 요소가 생각이라고 본다. 사실 생각 그 자체는 필연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용할 수 있는 힘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특정 생각 때문에 다른 요소의 발현이 유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심리적인 힘과 건강함을 풍성하게 가지는 사람들은 그러한 것이 가능하므로, 생각은 사실 심각도의 측면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살펴보아도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순서에 따른 관점
어떤 상황에서 우리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순서에 따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상반되는 이론들과 연구들이 존재하지만, 이 순서에 대해 나는 다분히 내 경험적 근거에 따라 생각하는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변화순서에 따른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먼저 우리가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바로 생각이다. 사실 이는 인지행동치료에서 일정 부분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기도 하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ABC이론이라는 것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A는 특정상황(자극), C는 우리의 반응(행동, 감정, 신체반응 등), B는 특정상황에 대해 우리가 특정반응을 보이는 과정 사이에서 이를 중재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즉, 특정 상황에 대한 우리의 특정반응은 우리의 특정한 사고가 일어난 후 발현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전제다. 사실 경험적으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누군가와 길에서 부딪혔을 때, 누군가는 모욕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상대방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별 감정의 동요가 없다. 이는 이런 상황에 대한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이라는 요소 다음으로 우리가 살펴볼 요소는 우리의 정서와 신체반응이다. 사실 감정반응과 신체반응 중 어떠한 것이 먼저 일어나는지에 대해 첨예한 관점의 대립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일어남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정과 신체반응 중 어떤 것이 먼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대로 가도 좋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행동이다. 통상적으로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 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는 감정을 바탕으로 일어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 일으키는 반응의 순서에 따라 우리가 초점을 두어가며 스스로에 대해 이해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각의 난이도에 따른 관점
우리가 좀 더 용이하게 자각할 수 있는 정도를 기준 삼아 살펴보면, 가장 우리가 쉽게 자각할 수 있는 요소는 역시 신체반응이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잘 모르겠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잘 모르겠을 때, 우리는 우리의 신체반응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가령,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 아무리 스스로 '나는 전혀 긴장같은 거 안 해. 유치하게 무슨 이런 상황에서 말 몇마디 하는 걸로 내가 긴장하겠어, 바보도 아니고.'라고 확신하더라도, 우리의 심장이 평소보다 박동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면 우리는 꽤나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있을 시험이나 대회에 대해 나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더라도,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면 우리는 꽤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신체반응은, 생각이나 감정에 비해 훨씬 정직하다. 행동보다도 정직하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신체반응이다. 그 다음으로는 행동이다. 행동은 생각이나 정서에 비해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직장 상사 한 명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고 느끼면서도, 내가 자꾸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고 마주칠만한 일정이나 동선을 피한다면, 이건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해 최소한 편안하게 느끼지 않고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다음은 생각이다. 우리는 의외로 어떤 상황에 대해 우리의 소회를 이야기할 때, 우리의 생각은 비교적 잘 떠올리면서도 그 때의 감정은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은 우리 스스로에게 숨기거나 왜곡해서 보여주기가 쉽기 때문이다. 감정은 왜곡하기보다는 부인하고 억압하는 것이 더 용이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외로 꽤 충격적인 상황이든, 일상적인 상황이든 우리의 감정을 명료하게 지각하고 이를 표현하거나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생각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마지막으로는 감정이다. 감정은 보통 강렬하게 느껴지고 빈번하게 느껴지곤 하지만, 비교적 자각하기가 꽤나 어렵다.
어떤 기준에 따라 초점을 두는 것이 좋을까
우리의 목적은 학문적 연구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자각의 난이도(용이성)에 따른 순서가 좋을 거 같다. 우리가 쉽게 자각할 수 있는 요소를 차례대로 초점을 두며 자기이해를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연습하는 우리 본인의 어려움도 상대적으로 줄이고 자기이해에 대한 자신감도 제고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되는 네가지 요소는 끊임없이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해서 일방향적인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