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맛대로 갈겨보는 글과 영상의 단위규격 표준화 작업
자, 이전 글들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 다룰 단위규격은 '씬'이다.
격투씬, 추격씬, 대화씬 등등. 익숙한 단어다.
이 씬이라는 단어 또한 영상화를 위한 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통일하되, 글과 영상 간에 호환이 명확하게 이루어지도록 통일하려고 한다.
물론 내 맘대로 통일하는거고, 기준은 지금껏 그랬듯이 '물리적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맘대로 그냥 하는거기 때문에 반박 시 당신 말이 맞다.
자. 씬이란 무엇인가. 씬은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 단위'이다.
하지만 영화 시나리오 작법계의 전문가인 '시드 필드'는 씬이 단순한 물리적 단위가 아니라 어떤 목적단위, 즉 드라마틱한 행동의 단위로 규정한다.
그래서 모든 씬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단일 사건이지만, 반드시 이야기를 진전시키거나 캐릭터에 대해 무언가를 드러내야 한다.
지금껏 그랬듯이 씬 또한 물리적 시간이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지를 정하고 이를 통해 영상의 단위규격과 글의 단위규격을 통일시켜보자.
한 씬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2분이다.
매년 수천편의 시나리오를 다루는 ScriptReaderPro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업계에서 살아남은 흥행영화들의 평균 시나리오당 씬 개수가 약 60개 내외라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대개 120페이지짜리를 표준으로 하고, 이는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나리오 1페이지가 1분정도라는 업계관행을 근거로 할 때 2시간짜리 영화를 표준으로 본다는 걸 의미한다.
즉, 120분짜리 표준시나리오에서 씬이 평균적으로 60개라는 것은 씬당 길이가 약 2분 내외라는 걸 의미한다.
각 씬이 결국 동일한 시간, 장소를 배경으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시작해서 그 목적이 달성되거나 실패할 때 끝난다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짧은 서사가 관객의 주의력저하없이 전달되는 적절한 시간이 2분 내외일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제프리 작스의 이벤트 분할이론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상황 정보(장소·목표 등)의 변화를 감지할 때 '이벤트 경계'를 만들어 기억을 업데이트한다.
이 때 하나의 상황을 인식하고 유지하는 인지적 임계점은 약 2분(120초) 내외다.
따라서, '씬'의 물리적 시간단위는 약 2분, 즉 120초다.
그러면 이게 글에서 어떤 정도의 단위가 되는지 또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글에서 '샷'은 공백 포함 30자 내외의 1개 문장을 말한다. 그리고 '비트'는 5개의 '샷'을 의미함과 동시에 15초 정도의 물리적 시간을 소요하는 단위다.
물리적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개의 씬은 결국 8개의 비트로 구성되고, 이는 곧 40개의 샷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글자수를 기준으로 보면, 1개 비트가 공백포함 150자 내외이므로 1개의 씬은 공백포함 1200자 내외의 분량을 가지게 된다.
자,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이제 글과 영상의 가장 작은 단위인 '샷'에서 시작해서 '비트', 이제 '씬'까지 완전하게 단위규격을 통일시켰다.
이제 교통정리할 단위는 '시퀀스'다.